'제2 김길태' 키우는 무심한 세상

2년 전 성범죄 중학생, 또 여고생 성폭행 시도
사회부적응자 많아… "약자 외면이 범죄 불러"

2010.03.15 19:12:46

부산여중생 성폭행살인사건의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양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흉악범으로 변해버린 김길태. 성범죄 전문가들은 연쇄 성폭행범죄자들의 공통점으로 불우한 가정환경과 사회적 부적응을 들고 있다.

지난 14일 청주 여고생 성폭행미수사건의 피의자로 15세 A군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그 역시 소극적인 성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A군은 몸도 많이 마르고 말수도 적은 아이였어요. 뭘 시켜도 항상 소극적이었죠"

2년 전 A군을 담당했던 청주시보호관찰소 한 보호관은 A군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A군은 13세이던 지난 2008년 7월,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쳐 1년 동안 보호관찰처분을 받았다.

보호관은 "A군은 말을 걸어도 잘 대답하지 못했다"며 "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A군은 같은 해 11월 보호관찰처분이 종료됐다. 그리고 지난 1월25일, A군은 또다시 같은 죄목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처분이 종료된 지 3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A군은 이날 오후 1시50분께 청주시 상당구 영동에서 귀가하던 고교생 B(여·17)양을 빈 공사장으로 끌고 가 때린 뒤 성폭행 하려다 B양이 거세게 저항하자 달아난 혐의다. 청주상당경찰서는 A군에 대해 강간치상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청원군에서 초등학생을 성추행해 성폭력범죄 및 피해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C(18)군도 A군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당시 조사결과 나타났다.

C군을 분석한 범죄분석관은 "C군은 목소리가 작고 학교에서도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는 아이였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학생들이 사회적 무관심 속에 일회성 처벌에 그칠 경우 장차 더 큰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부산 여중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는 김길태 역시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남성이었으나 사회적으로는 면허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을 정도로 대인관계가 빈약한 약자였던 밝혀져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청주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정적·사회적으로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이들을 사회로 끌어내 결국 그늘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막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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