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 삼베짜기 명인 최문자씨

27년 동안 삼베와 인연 이어와

2010.03.21 18:21:48

항균력이 탁월해 피부에 특히 좋다고 알려진 전통 삼베를 27년간 한올 한올 짜오고 있는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 최문자씨가 조그만 작업실에서 묵묵히 삼베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항균력이 탁월해 피부에 특히 좋다고 알려진 전통 삼베를 27년간 한올 한올 짜오고 있는 사람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마을인 내북면 봉황리의 조그만 작업실에서 묵묵히 삼베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 사는 최문자(여·46)씨가 그 주인공이다.

밥 없이는 살아도 삼베 없이는 못산다는 그녀는 삼베가 너무 좋아 베틀을 안방에 떡하니 가져다 놓을 정도로 삼베에 지극한 애정을 갖고 있다.

최 씨는"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여기가 안방인지 작업실인지 헷갈려 한다"며"안방에서 잠자는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삼베 짜는 것에 빠져산다"고 말한다.

그녀는"삼베 제작하는 과정은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며"베틀에서 한올 한올 조금씩 만들어지는 삼베를 보면 나만의 예술품이 탄생되는 것 같아 이 매력에 푹 빠져 산다"며 미소지었다.

이런 최 씨의 작업실은 향긋한 냄새는 아니지만 은은하고 옛 생각에 빠지게 하는 오묘한 냄새로 가득하다.

이렇게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수백 개의 실이 베틀에서 한올 한올 짜여져 반듯반듯하면서 누런색을 띠는 보기에도 좋고 항독성이 있어 몸에도 좋은 웰빙삼베가 탄생되고 있다.

그녀의 할머니의 어머니는 그녀의 고향인 충남 서산시 성연면 베짜는 마을에서도 품질 좋은 삼베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 인근 예산군에서까지 수의를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렇게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삼베 짜는 방법을 배웠고 삼베를 자식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게 됐다.

전통방식의 삼베 작업은 그리 만만치 않다.

삼베 재료인 삼을 삶은 후 햇볕에 잘 말린 다음 무릎에 대고 한올 한올 실을 이은 후 불을 피워서 풀 메긴 삼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과정 등 어려운 단계 단계를 거쳐 실을 베틀 실통에 감은 후 삼베를 짜내야 노랗고 반듯한 삼베가 완성된다.

이렇게 어려운 작업이라서 어린시절 자매들은 삼베를 짤 대면 안하던 공부를 하곤 했다.

그녀는"언니들은 어머니가 일을 시킬 때면 귀찮아서 도망가곤 했지만 자신은 힘든 것보다는 삼베가 완성돼 가는 과정이 너무도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나이가 열아홉이 되던 해, 어머니는 이 삼베기술을 맏딸에게 전수해 주고 싶었지만 삼베 짜는 것에 유독 관심이 많고 실력 또한 좋은 그녀에게 삼베 짜는 기술을 전수해 줬다.

15년 전 내북면 봉황리에 삼베 전도사를 자처하고 정착한 그녀는 삼베 짜는 기술이 좋아 대추축제 등 축제장소에서 꼭 필요한 유명인사가 됐다.

충북에서는 삼베의 전통을 잇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지역축제에서 전통체험을 하는 곳이면 어김없이 그녀가 삼베 짜는 시연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보은대추축제에서도 전통체험관 부스에 삼베 짜는 것을 배우기 위한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그녀의 삼베짜기 인생에도 굴곡은 있었다.

그녀의 삼베 솜씨가 소문이 나 3년 전까지 충남 당진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수의를 대놓고 사갔다.

하지만 지역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당진사람이 아닌 그녀의 물품을 사지 말라고 지역주민에게 항의가 들어와 결국은 그 이후로 납품을 못했다.

또 최 씨의 삼베 짜는 솜씨를 잘 아는 주위의 권유로 그녀는 지난 2007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신청했지만 지정된 무형문화재 명인에게 삼베기술을 전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깝게 탈락하고 말았다.

그녀는 "당시 심사위원들이 최씨의 삼베는 품질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고 우수하지만 단지 계보와 수상경력이 없기 때문에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아쉬워했다

봉황리 이충희 이장은"그녀의 삼베 짜는 솜씨는 그 누구와도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며"비록 현재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에 그녀의 진면목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현재는 값싼 중국산 삼베에 밀려 국산 삼베의 수요가 적지만 국산은 중국산 보다 옷감이 질기고 단단한 장점을 살려 특정 고객을 위한 맞춤형 수의 제작을 통해 판로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녀는"항균력이 좋아 피부에도 좋은 삼베를 이용한 웰빙 삼베옷, 천연삼베 손수건, 통기성이 우수하고 카페트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녀의 삼베는 1필(폭 35, 길이 12m)당 가격이 30~ 50만원까지이며 수의용은 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보은 / 정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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