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박병조 씨, 노인복지관서 3년째 봉사

"불편한 몸이지만 남 돕고 싶었어요"

2010.04.25 18:32:21

"재미떠요. 하나도 안힘드더요. 오히려 기뻐요"

3년 전부터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식당 청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병조(61, 지적장애 3급, 보은읍 수정리)씨는 이날도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식당 바닥을 청소하느라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3년동안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묵묵히 식당청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병조씨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모습.

그는 한달에 5번 정도 집 근처의 정미소 일을 돕는 날을 제외하곤 항상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청소 봉사를 하기 위해 집에서 3㎞정도 떨어진 노인장애인복지관을 향해 인도도 없는 위험한 도로를 30분정도 걸어온다.

복지관 현관에 도착한 후 그는 구석을 찾아'오늘도 이웃을 위한 봉사를 기쁜 마음으로 하게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감사기도를 한 후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박 씨가 하는 봉사는 식당 싱크대에 사람들이 먹은 식기를 설거지통으로 옮기는 일과 식당바닥과 복도 구석구석을 빗질하고 걸레로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다.

가끔 식당직원들이 바쁠 때면 설거지 하는걸 도와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식사한 자리를 걸레로 닦기도 한다.

그는 매일 이렇게 3년 가까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장애인 복지관 식당에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식당의 허드렛일을 묵묵히 한 후 다시 30분을 걸어 집으로 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가 식당 봉사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지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뿐이었다.

노인장애인복지관이 개관한 지난 2006년 복지관 사무실을 찾았던 박 씨는 이곳 식당에서 점심을 자주 사먹게 됐는데 조금이라도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다 식당에서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

결국 그는 지난 2007년 7월부터 누가 시키지도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았지만 무작정 식당 바닥 청소를 시작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그 일을 멈추지 않고 정성을 다해 식당 일을 해오고 있다.

"남들이 몰라 줘도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자랑스럽고 이 일로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 기쁘다"는 그는"작은 선행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생각만 하는 것보다 낫다"며"힘이 허락 하는 한 평생 이웃을 위해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식당의 허드렛일이지만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소중히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혼신을 다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허윤옥(여·41)사회복지사는" 하찮다고 여길지 모르는 식당 청소를 그분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웃에게 조그만 기쁨이 되는 것을 낙으로 여기며 불평 한번 하지 않고 꾸준히 혼신을 다해 일하고 있다"며"그분을 통해 이웃을 위한 나눔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고 몸이 건강하지만 이웃을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보은 / 정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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