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응원 시민의식도 'Again 2002'

2006년 월드컵 뒤풀이 광란의 난장판
쓰레기 뒤범벅·기물파손·성범죄까지

2010.06.10 19:13:27

직장인 임모(30·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씨는 월드컵만 생각하면 화부터 치밀어 오른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있던 일 때문이다.

임 씨는 토고와의 1차전이 열렸던 지난 2006년 6월13일 차를 몰고 충북대 중문 번화가로 향했다. 사람들과 거리응원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대표팀이 2대1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자 거리에 가득 찼던 시민들은 모두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분위기는 점차 이상해졌다. 환호를 지르던 사람들은 어느덧 폭도로 변해 있었다. 주변의 물건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자동차 위에 올라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발을 굴렀다. 지나가는 차량 마저도 삥 둘러싼 뒤 닥치는대로 부쉈다.

경기가 끝난 뒤 집에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탄 임 씨도 '폭도'에 둘러싸였다. 순식간에 지붕이 내려앉고 백미러가 사라졌다. 임 씨는 차량 수리비만 200만원이 들었다.

임 씨는 "응원단은 말 그대로 '붉은 악마'였다"며 "다시는 거리응원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시 응원단이 휩쓸고 간 거리 풍경은 감동에 흠집을 냈다. 거리응원장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고 일부 흥분한 시민들은 무분별하게 기물을 부쉈다.

응원자단은 길가는 젊은 여성을 붙잡아 무턱대고 헹가래를 치는가하면 무리를 지어 차도를 막은 뒤 무단횡단을 했다.

성범죄도 잇따랐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2006년 6월26일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 한 A(당시 16세)군을 붙잡았다.

월드컵 응원을 하러 나갔다가 만난 B(당시 15세)양에게 술을 먹인 뒤 친구와 함께 성폭행한 혐의였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독일월드컵이 열린 2006년 6월9일부터 7월9일까지 충북도에서 성폭행 26건, 폭력 533건, 절도 411건, 강도 9건, 살인 6건 등 985건의 5대범죄가 발생했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도 충북 곳곳에서 무질서한 거리응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찰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거리응원이 예상되는 곳에 대해 교통지도를 실시하고 순찰을 강화하겠다"며 "그러나 특별근무조 편성 등 경력증원책은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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