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관·의료진의 월드컵

마음으로 부르는 '오~필승 코리아'

2010.06.16 19:43:40

사창지구대 안병연 대장(왼쪽 4번째)과 순찰4팀 직원들이 "월드컵 응원전 현장 치안을 책임지겠다.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한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 그리스전이 열린 지난 12일 도내 곳곳에서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다.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운동장, 광장 등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경찰관, 소방관, 공장 근무자 등이다. 이들은 각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느라 경기를 지켜보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지구대는 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비상근무에 돌입한다. 5천명 수준의 대규모 응원전이 열리는 충북대 대운동장과 젊은이들이 몰리는 충북대 중문 번화가가 사창지구대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 오후 당직팀은 순찰4팀(팀장 윤병록)이다. 4팀은 운동장과 중문 번화가 주변의 치안감시 활동에 투입된다. 흥분한 응원단이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처럼 차량과 기물을 파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차량이 많이 몰리는 것을 대비해 교통정리도 해야 한다.

다른 팀들도 편히 쉴 수는 없다. 지구대장과 다른 팀원들은 돌발상황에 대비해 충북대 대운동장 단체응원현장에 출동한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대형 스크린에 쏠리더라도 이들의 눈길은 시민들을 향해야 한다.

안병연 사창지구대장은 "대표팀이 골을 넣는 순간이 가장 긴장된다"며 "이 때가 기물파손, 낙상사고 등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맞아 비상근무를 서는 곳은 경찰서뿐만이 아니다. 소방서와 병원 응급실도 덩달아 비상이 걸린다.

단체응원이 펼쳐질 때마다 소방관들과 의료진들은 비상근무를 선다. 인파가 몰리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그리스전 때는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놀 수는 없다.

한 소방관은 "지난 12일 단체응원 현장에 있었지만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부모를 돕느라 그리스전 골장면을 모두 놓쳤다"며 "아이도 찾고 대표팀이 승리를 거둬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주 하이닉스 공장 근로자들도 월드컵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정의 특성으로 밤 근무가 걸리는 날이면 월드컵 관람을 아예 포기해야한다. 밖에서는 전 국민이 함성을 질러도 공장 안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뿐이다.

하이닉스 근로자 박모(여·22·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씨는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시간에 근무를 서야한다"며 "눈과 귀는 어쩔 수 없이 생산라인에 신경 써야 하지만 마음만은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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