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뚝이 안돼" 진땀 뻘뻘

충북경찰 체력훈련 예비고사 한창

2010.06.21 20:18:55


"아유. 배가 나와서 못하겠네."

21일 오후 1시., 청주종합운동장에서 난데없는 체력장이 펼쳐졌다. 청주흥덕경찰서 직원 200여명이 모여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었다.

한 50대 경찰관은 힘이 든다며 10개를 겨우 채운 뒤 측정을 포기했다.

팔굽혀펴기는 하는 시늉만 냈고 오래달리기는 아예 측정을 거부했다. 모두 뱃살이 과하게 쪄서다.

이 경찰관은 "오늘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며 "준비도 안됐는데 갑자기 체력검정을 한다고 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체력검정을 실시하는 이유는 앞으로 체력이 인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찰청은 올 7월부터 치안감 이하 전 경찰관을 대상으로 체력검정제를 시행,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약골 경찰관'은 앞으로 승진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경찰청별, 경찰서별, 부서별로 직원들의 체력검정 결과가 공개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경찰서에서는 월드컵 대표팀 훈련을 방불케 하는 체력 훈련이 한창이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주 예비체력검정을 실시했고, 흥덕서는 21일부터 3일 동안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예비고사를 치르고 있다. 상당서도 이날부터 일주일간 경찰서 상무관에서 예비체력검정을 실시한다.

체력평가 항목은 1천200m 달리기와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악력측정 등 4가지다. 성별, 연령별로 각각 다른 기준에 따라 1~4등급으로 점수가 차등 적용되지만 평소 운동을 소홀히 했다면 1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설명청주흥덕경찰서 직원 200여명이 21일 오후 1시 청주종합운동장에 모여 예비체력검정을 실시는 중에 한 경찰관이 팔굽혀펴기를 하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만 40~44세 남자 경찰관이 전 종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팔굽혀펴기 1분 동안 37회 이상, 윗몸일으키기 1분 동안 35개 이상, 1.2km달리기 5분45초 이하, 좌우 악력 평균 49kg이상이 나와야 한다. 20대 젊은 남성에게도 쉽지 않은 기준이다.

체력 검정결과가 인사고과에도 반영되다 보니 일선 경찰들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비체력검정에 참여했던 한 경찰관은 "1등급을 받기 위한 체력 기준이 만만치 않다"며 "미리 대비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이 4등급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력검정을 준비하기 어려운 부서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야근이 많은 부서의 경우 체력검정을 대비해 몸을 단련한다는 게 사실상 힘들다"며 "부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이만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체력검정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경찰 업무의 특성상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한 지구대 관계자는 "아무리 일이 바빠도 체력단련은 경찰의 기본소양 중 하나"라며 "날이 갈수록 흉포해지는 범죄에 대비해서라도 체력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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