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동막골' 청원군 문의면 소전1리

"피란민 보고 나서야 전쟁 알았지"

2010.06.24 20:33:53

6·25 전쟁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만든 뒤 벌써 60여년 세월이 흘렀다. 60여 년 전 한반도는 가히 충격과 공포, 두려움으로 대표되는 암울한 시기였을 것이나 충북도내 그것도 BㆍIT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난 청원군에 전쟁의 화마가 휩쓸고 지나가지 않은 '동막골'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옛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청남대'가 자리 잡은 문의면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로운 점이다. 그곳은 문의면 소전1리로 최근에는 농촌체험마을인 벌랏한지마을로 더 유명한 곳이다.

벌랏한지마을 입구.

ⓒ인진연 기자
네비게이션 덕분에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청남대 방향에서 들어선 509번 국도에서 교행이 어려운 농로 길로 들어서자 이제 시작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그 후로도 5㎞를 더 들어가자 '벌랏한지마을 10㎞'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구비 길을 몇 개나 지났을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핸들을 정신없이 좌우로 돌리고 오르내리기를 20여분, 이제는 머리가 어지럽고 멀미가 날 지경이다.

조금 더 지나자 '소전 2리'라는 마을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거의 다 왔겠지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그로부터도 구비길을 지나며 산을 타고 넘어 강원도 깊은 산골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깎아지른 골짜기를 돌아 민가가 몇 채 보이기 시작한다. 또 조금 서늘하지만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과 새들의 지지배배 소리까지 소전1리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김준수 이장

ⓒ인진연 기자
"기자양반 오느라 고생했소. 요즘은 길 찾기가 어렵지 않을 거요. 체험마을 되고 나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거든." 청주에서 한 시간여 이상을 달려 마을에 도착한 기자를 이곳에서 나고 자란 소전1리 김준수(73·사진)이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곳은 마을 전체가 골짜기로 발달돼 주위가 대부분 밭이고 논은 거의 없는 마을로 수몰 전 금강의 벌랏나루가 있어 지금의 벌랏마을로 불리고 있는 곳이지"

소전1리 보다는 벌랏이라는 지명으로 더 익숙한 곳이라는 김 이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곳은 자연환경보전 지역의 수자원 보전지역으로 개발이 없어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청정지역중의 한 곳이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군내 최남단지역으로 오히려 보은군 회남면이 더 가까운 곳이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장님 댁으로 들어서자 "이 집이 대정 10년(1921년)에 축조돼 현재도 건재하지. 생활의 편리를 위해 일부 손본 것을 제외하면 마을 대다수가 이정도의 세월은 간직하고 있어. 손주들 때문에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바꾼 곳이 많아"라고 설명했다.

"앞산만 넘으면 회남이야. 워낙 지형이 험하고 오지다 보니 전쟁 때도 피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다 마을을 가득 메우고 나서야 전쟁이 났다는 것을 알았지. 인민군도 후퇴 때 잠깐 거쳐 간 게 기억의 전부야. 전투라는 것도 몰랐고 총소리 들은 기억도 거의 없어"

그는 지난 전쟁의 기억을 이렇게 설명하며 "당시만 해도 한집에 보통 식구가 10명~15명에 60여 가구가 훨씬 넘는 큰 마을이었는데 마을에 수 백 여명의 피란민이 몰리며 길에서 아이를 낳은 피란민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보살펴주기도 했지"라고 회상했다.

다만 인민군 후퇴 때 귀가 어두운 노인이 혹여 아들이 잡혀갈까봐 숨기는 것은 보고 수상히 여긴 인민군이 총을 쏘는 바람에 변을 당한 일이 안타까운 기억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벌랏한지마을 전경.

ⓒ인진연 기자
이제는 20여 가구에 80~90대 노인들만 남아 이곳에서는 나도 젊은이"라고 씁쓸해 했다.

"이곳은 2000년이 넘어서도 버스가 들어오질 않았어. 버스를 타려면 산을 넘어 소전2리까지 나가야 했지. 그런데 지난 2003년 전 이원종 충북지사님이 이곳을 처음 방문하시고 나서 도로도 포장되고 버스가 들어오기 시작해 이제는 하루 6번이나 버스가 들어와. 2005년 한지체험마을로 되면서 동네에서 민박도 만들고 관광객도 들어오고 많이 편리해졌어"

"이런 오지는 처음 와본다"는 기자의 말에 이장님이 발끈(?)하시며 마을 자랑을 늘어놓으며 "불편한 점이 아직 많기는 하지만 나고 자란 살기 좋은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고 파랗고 맑은 하늘을 바라봤다.

/ 인진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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