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청주 성안길 청소년 흡연으로 '얼룩'

인적 드문 골목마다 '뻐끔'
기물파손에 상인들 '한숨'

2010.06.27 18:43:23

성안길에서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골목마다 학생들이 모여 연기를 뿜고 있다.

ⓒ강현창기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청주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성안길'. 청주지역 최대 상권, 최대 번화가 등이 성안길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러나 화려한 성안길의 뒤에는 '청소년 흡연의 해방구'라는 불편한 수식어도 있다.

주말에 찾은 충북도청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냄새가 확 올라온다. 정류장 뒤편으로 가보니 교복을 입은 10대 남학생 4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바로 옆에는 '금연'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었다.

지나가던 70대 노인이 "담배를 태우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할아버지. 상관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

잠시 분을 삭이던 노인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노인은 "전에는 어른이 혼내면 담배를 숨기기라도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대든다"며 "덩치도 큰 녀석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다"며 씁쓸해 했다.

성안길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중앙공원. 나무사이 그림자에 숨어 담배를 피우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나 볼 수 있었다.

로데오 거리 주변 골목도 흡연의 '명소'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마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담배를 물고 있었다. 자욱한 연기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 밖에도 인적이 드문 골목마다 흡연을 하는 학생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흡연은 단순히 보기 나쁜 문제만은 아니었다. 담배를 피며 어울리는 학생들이 기물파손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는 게 성안길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성안길에서 사설주차장을 운영하는 박모(39)씨는 얼마전 차를 맡긴 손님에게 혼쭐이 났다. 주차해 뒀던 차의 범퍼가 움푹 패여 있던 것. CCTV를 확인해 보니 주차장 울타리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이 차를 발로 차고 있었다. 그 일 이후로 울타리와 차 사이에 공간을 벌리는 공사까지 했다.

박 씨는 "말로 타일러도 봤지만 워낙 이곳을 '애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아무 소용이 없다"며 "학생들에게 담배를 파는 편의점이나 슈퍼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편의점도 억울하다. 사복으로 갈아입었다고 의심되는 학생이 담배를 사러 올 경우 안 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성안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모(37)씨는 "학생으로 보여 담배를 팔 수 없다고 하면 신분증을 보여준다"며 "위조한 신분증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다른 도리가 없어 담배를 내주게 된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