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차이점은 재사용 여부

증도가자, 단 한번 찍고 목판으로 전환
활자 배열·글꼴·조판방식도 크게 달라

2010.09.06 19:23:45

직지와 증도가자(證道歌字)는 같은 금속활자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 서지학적으로는 많은 차이점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속활자의 재사용 여부가 두 고인쇄물의 확연한 차이점인 것으로 밝혀졌다.

증도가자를 찍은 금속활자가 직지보다 1백여년 앞서 제작됐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서원대 황선주(중어중문학) 교수가 지난 2001년 '증도가자 문제'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20여쪽에 가까운 이 논문은 △주자본의 번각본들 △증도가는 활자본인가 △증도가는 금속활자본인가 △다시 활자의 문제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황교수는 증도가자의 이런저런 내용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직지와의 서지학적인 차이점을 기술하고 있다.

증도가자와 직지는 서지학적으로 여러가지 차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에 따르면 증도가자와 직지는 △제작시기 △제작기법 △활자배열 △활자 글꼴 △조판방식 등에 있어 커다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증도가자는 1239년으로 고려중기, 반면 직지는 고려 말기인 1377년에 인쇄됐다.

또 활자를 만드는데 있어 증도가자는 해감모래법, 직지는 밀랍주조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해감모래법은 말 그대로 모래에 쇳물을 부어 활자를 얻는 것을, 밀랍주조법은 밀랍(꿀벌 분비물 일종)으로 자형을 뜨는 주조법을 일컫는다.

그는 활자 배열에 대해 "증도가자는 글자간 거리가 먼 편이고, 직지는 가까운 편"이라며 "이는 전자의 경우 활자 몸체에 글자를 작게 새겼기 때문이고 후자는 글자를 꽉 차게 새긴 결과"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증도가자는 활자의 일탈이 거의 없는 반면 직지는 그 반대"라며 "이는 교정의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활자 일탈은 행이 삐뚜러지거나 글자가 흔들리는 현상을 의미하고 있다.

활자 글꼴에 대해서는 "증도가자의 경우 같은 모양의 자형이 전혀 나오지 않는 반면 직지는 반복 사용하는 글꼴이 자주 나온다"며 "전자는 한번만 책을 찍은 것을, 후자는 재사용한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활자 조판방식은 증도가자는 조립식, 직지는 고착식으로 인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립식을 말 그대로 활자를 조립한 후 틀로 고정하는 것을, 고착식은 먼저 틀을 고정한 후 그 안에 활자를 넣를 방법을 말한다.

황교수는 "글꼴만 보면 증도가자가 안정되고 미려한 면이 있다"며 "이는 붓글씨 묘미를 살리기 위해 금속활자본은 목판으로 번각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금속활자본과 금속활자 번각본(증도가자 지칭)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며 "이는 목판으로 새기는 과정에서 각수(角手)의 의도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도가자 활자를 공개한 서지학자 남권희 교수도 이같은 현상을 종합, "증도가자는 중앙에서, 직지는 지방에서 제작한 금속활자"라고 표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서예가인 김영소 씨는 "직지서체는 고려후기 청주에 유행하던 이 지역 고유의 서체"라고 주장, 지방 대신 지역고유 문화유산임을 강조한 바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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