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와 추사체 '고삽미'로 통한다

김영소 서예협회 충북지회장 주장
질감 거친 느낌나는 서체미학 추구
비대칭·불균형 속 자유분방함 특징

2010.09.13 19:32:27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가운데, 직지와 추사체는 이른바 '고삽미'(古澁美)라는 서체미학으로 통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서지학자 남권희 교수가 '직지=지방서체'라고 주장한 것과 다른 견해여서, 지역 서지계의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소 한국서예협회 충북지회장이 최근 '금소활자 직지의 서예학적 조명'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종전에도 "직지와 김정희의 추사체는 서체미학적으로 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이번 주장은 당시보다 진일보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 지부장은 직지 금속활자본의 '散', '飯', '少', '妄', '苦', '曉', '修', '形', '承' 등의 글자와 추사 김정희가 쓴 '板殿'(서울 봉은사 현판)과 작품 '對聯' 속의 글자를 각각 비교했다.

추사체 '板殿'으로 '板' 자는 우하단 빈약하고 '殿' 자는 좌상단이 무겁게 느껴진다.

직지체 '散'(위 왼쪽 첫번째)과 '妄'(아래 오른쪽 두번째) 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對聯'은 예서체로 쓰여진 글자로 '好古有時搜斷視 / 硏經妻日罷吟詩' 등 14자의 한문글씨가 적여 있다.

그 결과, 추사체 '板' 자의 우하단 빈약함은 직지체 '散'과 '飯' 자와 흡사하고, '殿' 자의 좌상단 무거움은 직지체 '少', '妄'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板殿'에 찍힌 '果', '病', '作'의 낙관글씨는 직지체 '苦', '曉', '修'와 서체미학적으로 흡사한 면이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밖에 작품 '對聯' 속의 '經'·'罷'와 '果'·'病'·'作'자는 직지체 '形'과 '承' 자 그리고 '苦'·'曉'·'修' 자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같은 현상을 종합, 두 서체는 공통적으로 △비대칭과 불균형의 서체조형 △고졸미에서 출발한 고삽미 △글자의 크기를 무시하는 자유분방함 등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지학상 고졸미는 치졸한 듯 하면서도 고아한 맛을 내는 것을, 고삽미는 치졸한 것은 같으나 그 질감이 거칠은 느낌이 나는 서체를 일컫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중국서체의 정돈된 정형미에 젖어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반듯반듯하고 잘생긴 글씨에 익숙해 있다"며 "그러나 한국 고유의 서체인 직지와 추사체는 의식적으로 불균형, 비대칭, 거치른 질감을 공통적으로 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세워놓은 지게처럼 직지서체는 불균형 속에서도 안정적인 조형미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것을 지방서체, 하류서체라고 표현하는 것을 옳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지회장은 이번에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중국 조맹부체(일명 송설체)와 고려시대 직지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직지서체는 조맹부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맹부체는 상획·하획이 평행하고 획간 거리가 일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균제미(均齊美)를 강하게 나타냈다. 균제미는 크기가 일정하고 배열이 잘 정돈된 것을 의미한다.

반면 직지서체는 조맹부체와 비교, 변과 방이 모아져 있고 거칠은 질감을 보여주는 등 일치하는 부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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