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이 외조부모 제사 모시는 시대

핵가족화 영향으로 풍토 변화
시찰 합동차례·성당 위령미사

2010.09.16 19:23:57

핵가족화가 촉발한 가족구성 문화의 변화로 이른바 현대판 '외손봉사'(外孫奉祀)가 급증하고 있다.

올 추석(9월 22일)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핵가족화 영향에 따른 가족구성 문화의 변화로 이른바 현대판 '외손봉사'(外孫奉祀)가 급증하고 있다.

외손봉사는 조선시대 때 일부 행해지던 변형된 제사 형식의 하나로, 친정에 제사를 지낼 자손이 없어 외손이 대신 제사나 차례를 받드는 경우를 말한다.

16일 종교계에 따르면 충북도내 대한불교 조계종 계열의 사찰과 천주교 청주교구청 산하의 각 성당은 수년 전부터 명절합동차례와 합동위령미사를 지내고 있다.

올 추석에도 속리산 법주사, 단양 구인사, 월악산 덕주사, 청주 관음사, 용화사, 대한불교수도원 등 충북 조계종 사찰 대부분이 합동차례법회를 계획하고 있다.

도내 각 성당도 천주교 상장예식인 '정성껏 차리되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린다'는 규정에 맞춰 합동위령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차례비는 사찰의 경우 1가족당 5만원, 성당은 헌금 형식을 취하고 있다. 차례 시간은 명절 교통사정 등을 고려, 사찰의 경우 오전 9, 10시와 오후 1시로 정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누가 명절 때 사찰 합동차례나 성당 위령미사를 많이 지내러 오는가'를 도내 사찰에 문의한 결과, 상당수가 여성이고 그 추세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우암동 관음사 관계자는 "차례 참가자의 80% 정도가 여성"이라며 "매년 조금씩 증가해 지난 설날에는 40건 정도가 접수됐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핵가족화 이후 등장한 '외동딸', '무남다녀'(속칭 딸딸이 가족)의 출가가 본격화되면서 이것이 명절 차례문화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록 종교시설을 빌렸지만 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를 위해 제사나 차례를 지낸다는 의미에서 조선시대 '외손봉사'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불교 수도원 관계자는 "여성 혼자 오는 경우, 사위(남편 지칭)와 함께 오는 경우 등 유형은 다양하다"며 "어떤 여성은 남편없이 아들·딸만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명절날 차례지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이혼녀, 독신녀, 1가구가족의 일부도 사찰이나 성당을 찾아 돌아가신 부모에게 합동제사나 미사를 올리는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외손봉사와 다소 다르지만 사찰, 성당에서 이른바 명절 '위탁차례'를 지내는 여성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관음사 관계자는 "절에 직접 오지 않고 관련 비용을 온라인으로 송금, 친정부모 차례를 부탁한 후 시댁으로 명절을 쇠러가는 여성도 꽤 있고, 시댁과의 종교적 갈등으로 불교식 차례를 위탁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손 아래인 자식(딸 포함)이 사고사 등으로 조기 사망했을 경우 그 부모가 절 등을 찾아 위탁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통계청 조사는 잠재적 외손봉사나 위탁차례를 지낼 가능성이 높은 '여성 가구주중 미혼 및 이혼여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85~2005년 사이의 '가구주의 혼인 상태별 구성' 내용을 보면 여성 가구주의 이혼율은 4.3%에서 14.4%, 미혼율은 20.7%에서 23.2%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두 여성군 모두 명절날 차례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친정부모에 대한 차례의 뜻이 있을 경우 사찰이나 성당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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