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충북지방경찰청장 인터뷰

"경찰 입장보다 주민 입장 최우선 돼야"
권한위임 책임경여성과평가제 도입
결과물 대민발표 통해 자각토록할 것

2010.09.16 19:58:33

편집자 주

실적주의에 팽배해 있는 경찰조직에 '메스'를 대려는 '경상도 사나이'가 나타났다. 지난 9일 24대 충북지방경찰청장으로 취임한 김용판 치안감. 김 청장은 취임과 함께 '권한위임 책임경영성과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피력했다. 직원들은 생소한 제도를 도입한다는 신임 청장의 말에 '걱정반, 기대반'하고 있다. 김 청장이 말한 권한위임 책임경영성과평가제도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해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줄곧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권한위임 책임경영성과평가제도란 무엇인가.

"정확히 표현하면 자율책임경영시스템이다. 경찰입장이 아니라 고객,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이 만족을 느끼도록 일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는 많은 사건을 해결했다고 생각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주민은 단속보다 예방, 원상해결을 원할 수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단속보다 계도와 지도가 적합한데 실적위주의 현 시스템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현장에 있는 직원이 판단할 때 단속보다 계도가 맞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단 책임이 뒤따르는 자율판단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이 어떤 치안가치를 느끼느냐하는 대전제하에 항상 머리를 써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김용판 충북경찰청장이 충북 경찰조직에 새롭게 도입한 책임경영성과평가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율판단에 맡기다보면 나태해질 수도 있을 텐데.

"실적이 목표가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늘 주민 30명을 만나겠다' '주민 애로사항을 듣겠다' 등의 활동 자체가 목표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단속보다는 예방활동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일선 부서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한 뒤 서장, 부서장 등과 목표계약을 맺을 것이다. 그 지역에 맞는 목표가 설정된다면 실행은 각 서에서 하게된다. 권한을 위임하기 때문에 방법도 자율적이다. 청장은 관여하지 않는다. 위임된 권한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끊임없이 창의력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결과 평가는 지역실정에 맞춰 절대 평가하겠다. 주민만족도가 높을시 가중치를 부여하겠다"

-위임된 권한을 잘 행사하는지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인가.

"징계는 하지 않겠다. 대민발표를 통해 스스로 느끼게끔 할 것이다. 각종 결과를 서장과 직원, 주민들 입회하에 발표토록 할 것이다"

-본청 지시의 특별단속도 있을 텐데, 지역특성만 고려하다보면 인사상 불이익도 있지 않겠는가.

"본청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실정에 안 맞으면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우리가 먼저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하면 실적은 당연이 높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에도 걱정을 하는 경찰관이 많다. 혹시 조직개편이 이뤄지는가.

"모르니까 당연하다. 충북청의 책임자인 내가 이 제도에 대한 성과를 체험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은 없다. 다만 이제도를 수행하는 엔진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조직할 것이다. 이들은 무한한 공부를 해야 한다. 각 서에서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워크샵을 통해 많은 대화를 하겠다"

(김 청장은 1998~99년 고향인 대구 달서경찰서장 시절 오토바이 폭주족 때문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도 본청 특별단속 지침이 떨어졌지만 전담팀을 꾸려 지역의 시급한 폭주족 단속에 매진해 일망타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실적으로 계산하면 폭주족 몇 명 잡은 것에 불과했지만, 주민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주민이 원하는 일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후 본청장 표창을 받았다)

-자율책임경영도입을 생각하게 된 동기는.

"대구 달서경찰서장 시절 경찰의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를 느꼈다. 서울 성동서장 시절에는 혁신을 아주 많이 했다. 도난신고 등 각종 사건사고시 작성서류를 7장이나 썼는데 1장으로 단계를 대폭 줄였다. 이후 전국 모든 경찰서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당시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말단 직원들이었다. 항상 귀를 열고 지역특성에 맞는 것을 하면 된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뜻처럼 경찰서장에게 권한을 이임할 것이다. 공직사회를 비롯해 모든 사회에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김 청장은 취재진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면서 "기자들도 편집국장이 일일이 이거 취재해라, 저거해라 지시하면 창의적인 기사가 나올 수 있겠는가. 자율책임경영이 바로 그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최대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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