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내 들녘에서 가을걷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 벼농사 미질(米質)이 근래 몇년간 가장 안 좋다는 소리가 공통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생산량도 전년에 비해 최소 10%대, 많게는 30% 안팎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충북도내 농민들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달 이른바 '9.15 작황조사'를 통해 "금년 쌀 생산량이 11.6% 가량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을걷이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도내 들녘 현장에서는 "청취·쭉정이 등이 너무 많아 생산량이 훨씬 더 줄 것 같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목소리는 오대, 운광 등 조생벼를 재배한 농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충주 신니면 조모(74) 씨는 "금년은 청치와 쭉정이가 예년보다 훨씬 많이 나오는 등 근래들어 미질이 가장 안 좋다"며 "벼를 쪄봐야 알겠지만 도정률이 작년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정은 수확한 벼(조곡)를 쌀(정곡)로 만드는 과정으로, 낟알이 틈실할수록 도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와 함께 "한 마지기당(150평 기준) 작년에는 360kg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300kg 밖에 안 나온다"며 "최소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 김모(48) 씨도 "수확한 벼포대(40㎏ 기준)가 마지가당 작년보다 2~3개 덜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같은 현상은 오대, 운광 등 조생벼를 재배한 농가가 더 심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년 벼농사에 흉년과 미질저하가 함께 찾아온 것은 △결실기 잦은 강우현상에 따른 일조량 부족 △태풍으로 인한 쓰러짐 현상(도복) 등 수확기 벼에 대한 악기상이 모두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쌀값 급락 영향으로, 쓰러진 벼를 바로 세우지 않은 농가가 많은 점도 생산량 감소와 미질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모 씨는 "과거같으면 농민들이 한톨이라고 더 건지기 위해 쓰러진 벼를 빨리 일으켜 세웠다"며 "그러나 근래들어서는 의욕을 일은 농민들이 품값도 나오지 않는다며 쓰러진 벼를 대부분 논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 벼농사 흉년은 재고가 워낙 많기 때문에 쌀값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농민들은 흉년과 미질 하락에도 불구, 기계 임대료, 농약대, 자재비 등은 내야 하는 등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