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북접군, 19일간 고난의 행군

음성 삼성→괴산→보은 장내리
충북대 신영우 교수 밝혀
괴산읍서 일본군과 교전
숙영·출발지 표지석없어

중부지역 교도들이 주축이 된 동학 북접농민군이 공주 우금치 전투가 발발하기 전 음성 황산(지금의 삼성면 능산리)에서 보은 장내리까지 이른바 '고난의 19일 대장정'을 했던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특히 당시 북접군은 19일 대장정 중 괴산읍내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끝에 이들을 패퇴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새로운 자료를 통해 본 동학농민혁명의 동아시아적 의미'를 주제로 한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한국사연구회 공동 주최로 지난달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충북대 신영우(사학과) 교수가 '균암장 임동호씨 약력에 나타난 북접농민군의 이동로와 해월 최시형' 논문을 통해 동학 북접농민군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표,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균암장(均菴丈) 임동호(林東豪)는 경기도 여주 출신의 동학 간부로, 회고록 '균암장 임동호씨 약력'을 남긴 바 있다. 신 교수의 발표는 몇해전 발굴된 이 사료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는 동학 북접농민군에 대한 새로운 사실로 △북접군이 음성 황산에 모여 보은 장내리까지 이른바 고난의 19일 대장정을 했고 △행군중 괴산읍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보은에 도착한 북접군 모두가 공주 우금치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했다.

대부부의 자료(그림)는 동학 북접군 활동지역을 표시하면서 음성 황산은 빼놓고 있다. 그러나 황산은 북접 농민군의 19일 대장정의 출발지였음이 신영우 교수에 의해 새롭게 밝혀졌다.

신 교수는 "음성 황산(지금의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 동쪽 앞)을 집결지로 정한 북접군은 교도들이 많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현지에서 무기·식량을 준비하며 10일 정도 노숙을 한다"며 "이후 규모가 5~6천명(추정치)으로 불어나자 1894년 9월 20일 황산을 출반, 음성→괴산→화양동 계곡→청천→보은 산외리 등을 따라 남진을 한 끝에 19일만인 10월 9일 대도소가 있는 보은 장내리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북접군은 이 고난의 19일 대장정 과정에서 괴산읍(10월 6일), 청천(10월 7일), 보은 산외면 대바위(10월 8일) 등에서 각각 1박을 하게 된다. 이중 괴산읍 진입 직전 일본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민가 500여채가 불탄 것으로 회고록은 쓰고 있다.

신 교수는 "북접군은 괴산전투에서 적지 않은 희생자를 낸 끝에 일본군을 패퇴시킨다"며 "특히 당시 화재는 정부가 민가 재건축 비용을 긴축 지출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장내리 도착 이후의 전개를 언급, "모든 북접군이 공주 우금치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일부는 보은에 남아 진압군을 방어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며 "이때 잔류했던 북접군은 고난의 대장정을 했던 농민이 아닌, 문의·회덕에서 활동하던 조직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음성 황산을 출발했던 북접군 주력은 우금치 전투에서 대패를 당한 끝에 보은으로 회군했으나 일본군과 관군 등의 2차 공격을 받고 사실상 궤멸된다.

이처럼 음성 황산~보은 장내리가 동학 북접농민군의 고난의 19일 대장정 루트였음에도 불구, 이를 아는 도민들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출발지와 숙영을 했던 곳에는 표지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다.

신 교수는 "표지석이라도 세워 선조들의 고난의 행군을 후세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19일 대장정 루트는 역사+길의 만남으로 둘레길 테마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