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盧,F학점 FTA C학점 바꾸려 농민 모욕"

2007.03.21 15:00:57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21일 “농업부문에서마저 모든 것을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자 노무현 대통령은 오히려 농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맹공격했다.

심 의원은 “정부는 한미FTA에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정작 우리의 요구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며 “준비 없이 시작한 협상의 당연한 귀결로 지금까지 이뤄진 한미 FTA 협상 성적은 F학점”이라고 혹평했다.

심 의원은 또 “F학점 받은 능력없는 정부는 이제 아예 국민에게 보일 성적표까지 조작하려 한다”며 “지금까지 나온 협상 내용만 보더라도 한미 FTA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이지만 이제 와서 대통령은 낮은 수준 FTA를 말 한다”고 정부가 정직하지 못하다고 쏘아붙였다.

노 대통령이 20일 농어업분야 업무보고에서 ‘농업도 시장주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말로 하자면 현재 농민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농민들 자신의 책임이라는 얘기”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대통령이 심각한 수준의 정치적 훈육주의에 빠져 있음을 확인시켰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심상정 의원 논평 전문

F학점 FTA, C학점 바꾸려 농민 모욕하는 대통령

정치적 훈육주의로 진실을 가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한미FTA에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요구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준비 없이 시작한 협상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이뤄진 한미 FTA 협상 성적은 F학점입니다.

F학점 받은 능력없는 정부는 이제 아예 국민에게 보일 성적표까지 조작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협상 내용만 보더라도 이번 한미 FTA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정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통령은 낮은 수준 FTA를 말 합니다. 정직하지 못합니다. F자를 C자로 고쳐 국민에게 보이겠다는 겁니다.

농업부문에서마저 모든 것을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자 노무현 대통령은 오히려 농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농업도 시장주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현재 농민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농민들 자신의 책임이라는 얘기입니다.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의 내용을 알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대통령이 심각한 수준의 정치적 훈육주의에 빠져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대통령은 얼마 전에 유신헌법에서 상대주의를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대통령 말을 들어보니 상대주의보다는 유신독재의 정치적 훈육주의를 더 잘 배운 것 같습니다. 어제 대통령 말 어디에도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신은 없었습니다. 다만 따라오지 않고, 따라오지 못하는 국민은 버리겠다는 훈시로 가득 찼습니다.

“염치도 없다. (농민은) 한.미 FTA 하면 또 돈 내놓으라고 하고, 한.중 하면 또 내놓으라고 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에서 저는 “농촌 부락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부락민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농민을 꾸짖던 희대의 훈육주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렸습니다.

20세기의 반, 또 21세기에도 우리 농민이 대면하는 위정자는 한결같이 농민을 가르치려들고, 발가벗기려고 듭니다. 우리 농민의 처지가 더욱 딱하고, 애처롭습니다.

우리 농민이 무능했고 모자라서 우리 농업이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것이 아니며, 고사 지경에 몰려있는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는 곧 농업의 수난의 역사입니다. 대통령이 툭하면 자랑하는 각종 산업 지표의 배후에 농업의 주검이 쌓여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통상을 명목으로 이웃집에 곶감 빼주듯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오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우리 농업의 기반은 모두 잠식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업에 관한 한, 농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떳떳할 수 없습니다. 이 나라는 농업에 부채감을 느껴야 하며, 그러하기에 때늦었지만, 우리 농업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장주의나 한미 FTA는 대안이 아닙니다.

한미 FTA는 이 정권 아니면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농업 파탄내고 서민 거덜내는 정책에서 예외였던 정권은 이 나라에 없습니다. 대통령 바람과는 달리 이 정권 역시 그 전철을 밟고 있는 변변치 못한 정권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에게는 딱한 일이 되겠지만, 대통령의 근엄한 훈육에 귀 기울일 농민은 거의남아 있지 않습니다. 장밋빛 FTA 환상을 믿는 농민도 없습니다. 자체가 거대한 양로원이 되어 가고 있으며, 농업은 고통스럽게 자연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농업의 구조조정을 말했으나, 조정할 만한 구조도 우리 농업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퀭한 눈과 앙상한 뼈마디만 남겨 놓고 있는 중환자의 침대 옆에서 “이제 당신도 당신 스스로 살아 봐라”라고 말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사제공: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