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임신, 출산을 이유로 한 보건소의 고용차별 시정 권고

2007.03.28 15:20:48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며 김씨(여, 41세)가 2006. 10. K구 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K구청장에게 해당 보건소장을 경고조치할 것과 양성평등정책을 수립하여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진정인은 계약직 공무원(의사)으로 K구 보건소에 약 12년 동안 근무하다가 계약 종료를 앞두고 같은 보건소의 계약직 공무원(의사) 모집에 재 응시 하였다가 면접에서 탈락하였다. 진정인은 그 이유가 자신의 임신이 채용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고 면접 등에서의 보건소장의 발언을 그 근거로 제시하였다. 면접 당시 진정인은 출산을 약 2개월 정도 앞두고 있었습니다. 진정인은 보건소장이 면접 중에 그리고 이후 보건소장실에서 개인 면담을 했을 때 진정인에게 ‘출산으로 임용 받지 못할 상황이고, 보건소 사정을 잘 알면서 왜 원서를 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채용에 원서를 내지 않을 줄 알았다’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보건소장은 진정인에게 ‘곧 출산으로 쉬어야 하는 사람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진정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둘러댄 말이라고 하면서, 진정인이 면접에서 탈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우선 보건소는 내부적으로 신규 의사는 전문의로 채용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일반의 자격을 가진 진정인은 이 조건에 부합되지 않았고 또한 진정인이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 차례 민원(예방접종 시 불친절했다는 두 차례의 인터넷 민원)을 발생시키고 보건소 일반 직원들과도 인화를 이루지 못하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보건소장이 주장하는 불합격 사유는 그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왜냐하면, 진정인이 이미 해당 보건소에서 12년 동안 무리 없이 일해 온 점에 비추어 공무원으로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보건소장 역시 진정인이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규정이나 채용 공고의 내용 등으로 볼 때, 보건소에서 전문의만을 채용하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국가인권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진정인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고용상 차별을 당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고용이 이루어지는 최초의 관문인 면접의 경우에는 면접위원들의 성향이나 차별적인 편견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추상적인 판단기준으로 나타나거나 또는 사회관행상 암묵적인 사전사후합의로 이루어져서 결과만 통보되기 때문에 차별대우가 실제로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어떻게 특정 사유를 가진 그룹에 대한 고용배제로 나타났는지를 판단하기가 극히 어렵다. 이에 서구를 중심(예를 들면 미국의 고용기회평등위원회)으로 일찍부터 차별적 결과가 반영될 수 있는 질문 자체를 그 질문의도와 무관하게 면접과정에서 아예 발언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그 자체를 차별대우라고 보아 시정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다.

피진정인인 보건소장은 문제가 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차별적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어떠한 행위에 있어서 그 의도나 고의는 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결국 그 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겉으로 드러난 발언의 내용, 발언이 이루어진 상황, 그리고 결과를 두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보건소장의 발언은 ‘출산을 바로 앞 둔 진정인을 채용하게 되면 바로 출산 후 휴가를 주어야 하는 상황이므로 그 부담을 떠안으면서 진정인을 채용할 수 없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 외에는 달리 어떠한 내용으로 해석하기가 어려운 것으로서, 임신 중인 응시자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는 발언으로 질문이 금지되어야 하는 차별적 발언이라고 판단하였다.

둘째, 게다가 보건소장과 같이 면접을 진행하였던 위원들은 모두 보건소장과 함께 근무하는 보건행정과장 등 소속 직원이어서 사실상 피진정인의 영향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점, 당시 비록 면접위원들이 진정인과 오랫동안 근무하여서 잘 알고 있는 사이들이라고는 하나 진정인에 대한 질문이 주로 출산일과 출산 후 어떻게 근무할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고 달리 평정요소와 관련된 질문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진정인이 불합격 처리 된 직후 피진정인을 면담하였을 때에도 피진정인이 동일한 취지로 발언하였던 점을 고려할 때에, 진정인에 대한 불합격 처분에 임신과 출산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거나 주된 사유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물론「UN 여성차별철폐협약」제11조 제2항,「여성발전기본법」제18조 제1항,「남녀고용평등법」제7조 등은 임신이나 출산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임신 또는 출산은 여성의 고유한 기능이자 특성이므로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은 곧 여성에 대한 차별이 되고 모성 기능은 사회의 인력을 재생산한다는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있으므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출산을 앞둔 응시자를 채용하는 것이 산전후휴가의 부담 등 일정 기간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사업주와 국가가 공동으로 분담해야 하는 문제이지 임산부 개인에게 임용 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만약 임산부 개인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이는 부당한 고용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출처:뉴스와이어(www.newswi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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