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달라진 술문화

폭탄주·음주가무 '굿바이'

2007.12.11 22:51:47

“송년모임이 3~4차례 잡혀있지만 예전처럼 부담이 되진 않습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탓에 술자리에서 늘 소심했던 이모(33·청주시 가경동)씨는 그전과는 술자리가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친구들과의 계모임 뿐 아니라 직장회식에서도 첫잔 이외에 건배를 외치고 잔을 돌리는 모습이 사라져 술을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직장인 김모(여·31·청주시 분평동)씨도 “예전엔 술을 따르고 돌리고 해야 술자리 같았지만 최근에는 각자 마시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며 “예전처럼 술을 억지로 술을 권하다가는 야만인 취급을 받기 일쑤”라고 말했다.

연말 송년 모임 문화가 바뀌고 있다.

송년 모임마다 으레 빠지지 않던 ‘폭탄주’와 ‘ 음주가무’ 가 사라지고 있는 것.

기업이나 대학생들의 송년 모임의 경우 술자리보다는 문화 공연이나 영화 관람을 즐기는 추세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또 각급학교 동문회나 향우회 등 계모임도 종전의 ‘먹고 마시는’ 송년모임을 최근에는 ‘건전한 소통의 자리’로 바꿔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엔 절주(節酒)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담긴 숫자가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은 깔끔하게 119로 하지”라거나 “저녁 겸 해서 892로 간단하게”라고 말하는 식이다.

‘119’는 ‘1가지 술을, 1차에서, 9시까지 마신다’는 뜻의 신조어.

‘8시에서 9시까지 끝내고 2차는 없다’는 의미의 ‘892’도 있다.

이외에도 ‘2가지 술을 섞지 않고 2잔 이상 권하지 않으며 2차도 없다’는 뜻의 ‘222’와 남이 억지로 권하는 술자리가 아닌 ‘지스스로 부어 지스스로 마신다’는 의미의 ‘지부지마’까지 이전 술자리의 구태를 벗어나자는 취지의 신조어가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청주 산단 중소기업 간부 김모(46)씨는 “몇 년 전만해도 부서회식을 할 때면 으레 폭탄주로 자정을 넘겨 집에 가기 일쑤였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직원이 늘면서 부하 직원에게 술 한잔 권하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라며 “절주를 통해 자신의 몸을 챙기고 그만큼 더 일과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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