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권모(42)씨는 “요즘 신용카드 명세서 받는 것보다 청첩장 받는 일이 더 겁난다”고 말한다.
지난해 쌍춘년에 이어 올해 황금돼지해를 맞아 연말에도 결혼을 하는 커플과 돌잔치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
권씨가 한 달에 나가는 부조금은 대략 40~50만원 선.
친척이나 가족 중에 결혼소식이 들려오면 축의금 압박은 더욱 심해진다.
그는 “행사에 참석치 못하면 3만원, 가면 5만원을 내는 게 일반적”이라며 “부조금을 내기 전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또 이전에 받았던 금액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각종 행사가 크게 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부조금이 ‘월급도둑’, ‘세금 고지서’로 불리고 있다.
회사원 정모(32)씨는 “올 들어 유난히 행사가 많아 용돈 대부분이 부조금으로 쓰였다”며 “부조금이란게 원래 받은 만큼 주고, 준 만큼 받는 게 관행이지만 사는 형편이 다르다 보니 부담이 갈 때가 많고 그때그때 주머니사정에 따라 낼 때도 있다”고 말했다.
부조금은 3-5-10만원 선에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4만원짜리 봉투까지 등장했다.
최근 결혼한 이모(34)씨는 “결혼식이 끝나고 방명록을 보는데 4만원짜리 봉투가 몇 개 눈에 띄었다”며 “3만원은 적고 5만원은 부담인 탓 아니겠냐”고 웃어보였다.
돌잔치의 경우엔 최근 금값이 껑충 뛰면서 금반지 대신 아기 옷이나 차라리 현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트렌드가 됐다.
얼마 전 딸의 돌찬치를 했다는 신모(여·36)씨는 “몇 해 전 큰 애 때 돌잔치에 비해 반지는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기 옷이나 현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값 폭등에 부조의 형태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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