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상모→수안보 개명 덕 '톡톡'

'온천=행정지명' 일치시켜 이미지 강화
본래 지명 '水安保' 되찾은 것 큰효과

2011.09.19 16:08:12

일제 강점기 때의 수안보 모습이다. 땔감용 화목을 많이 채취하면서 산이 매우 헐벌엇음을 알 수 있다.

충주 상모면을 지금의 수안보면으로 개명한 것은 지명의 정체성을 한껏 높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개명후 수안보 이미지가 훨씬 빨리 다가온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규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숭의여자대학 이영희(관광과) 씨는 얼마전 '지명을 통한 장소정체성 재현과 지명역역의 변화' 논문을 한국지역지리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지명을 통하면 그것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역사 환경과 과거 사람들의 사고·태도를 어느 정도 복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線)이 아닌 면(面)이 성격이 강했던 과거 국경선의 한계를 밝히는데 귀중한 열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명의 정체성은 '다른 장소와 차별화할 수 있는 장소의 고유한 특징' 정도로 정의되고 있다.

이씨는 이같은 개념 정의를 바탕으로 충주 수안보면이 갖고 있는 지명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연구·분석했다.

수안보면은 지난 2005년 지금의 지명으로 개명되기 전까지 줄곧 상모현이나 상모면으로 불렸다. 자연 지명은 '수안보'였으나 공식 행정지명은 '상모'로 불리면서 지명 갈등이 자주 유발됐다.

그러나 '상모현' 역사는 의외로 오래돼 고려시대부터 등장한다.

'장연현: 본래 고구려의 상모현(上芼縣)으로 현종 9년에 지금 이름을 칭하고 내속하였다. 온천이 있다.'(長延縣: 本高勾麗上芼縣, 顯宗九年, 稱今名, 來屬, 有溫泉)-<고려사 지리지 충주목 편>

1929년의 일제시기 지형도와 1956년 지도에도 괴산군 소속의 상모면으로 계속 나타난다. 이후 1963년 괴산군에서 중원군으로, 다시 1995년에는 충주시에 흡수됐으나 상모면 지명은 계속 유지됐다.

그러나 수안보 주민들은 △온천지명과 행정지명이 다르고 △수안보 온천이 지역의 주요 산업기반이 되며 △빼앗긴 한자지명 '水安保'(종전에는 水安堡)를 되찾아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수안보면으로의 개명을 계속 요구했다.

실제 조선시대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사고'(1788)에는 '호서의 연풍현 수안보(水安保) 땅에 온수가 있다. 수질이 좋아 병자가 많이 모여든다'(湖西之延豊縣水安保地有溫水 品佳 病者分+土集)라는 표현이 보인다.

그러나 일제가 수안보 경영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서 '水安保'가 '水安堡'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지역 향토학자들 사이에 존재해 왔다. 이런 논란 끝에 지난 2005년 지금의 수안보면으로 개명됐다.

이씨는 이에대해 "지명 정체성의 3대 요소인 수적 유일성, 질적 동일성, 자아 동일성을 모두 만족시킨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지명학상 수적 유일성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 질적 동일성과 자아 동일성은 개념이 비슷하지만 '내적 동일성'과 '같음' 정도를 의미하고 있다.

이씨는 수안보로 개명 후의 수적 유일성에 대해 "전국 유일의 중앙 공급식이고 불소 수질의 온천수인 점이 이를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적 동일성에 대해서는 "지역주민 대부분이 온천과 관련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에서 그 이유가 발견된다"고 밝혔다

자아 동일성에 대해서는 "주민들 거의 모두는 온천을 지역 유일의 고유 특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한편 이씨는 이번 연구의 대상으로는 삼지 않았지만 보은 내속리면이 속리산면, 외속리면이 장안면으로 개명한 것도 인지도와 역사성 면에서 지명 정체성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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