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이름도 흥망성쇠를 겪는다

서원대 박병철 교수 논문
삼국시대에는 '峴계열' 가장 많아 
'峙계열'은 18세기 후반에나 등장
남한 '재', 북한에는 '고개'가 우세

2011.10.24 18:19:16

고개 이름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흥망성쇠의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안보면 하늘재 모습.

고개 이름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흥망성쇠의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지역의 경우 특정 고개명이 유독 많이 존재하는 등 학문적 연구과제가 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 21회 한국지명학회(회장 박병철교수·사진) 전국학술대회가 지난 21~22일 서원대 미래창조관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백제어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도수희 충남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전국 지명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면 관계상 일부를 소개하면, 박 교수의 '한국 지명의 후부요소 발달과 분포에 관하여' 논문이 대중성을 띄고 있어 비교적 접근이 쉬웠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개 이름은 전부요소(일명 성격요소)와 후부요소(〃분류요소)로 구성돼 있다. 가령 청주 '밤고개'라는 지명을 예로 들 경우 '밤'은 전부요소, '고개'는 후부요소가 된다.
 
전부요소에는 명명자의 의식과 당시 문화적 세계관이 들어가 있는 반면 후부요소는 보수적 성격을 지니면서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박교수는 이중 삼국사기 지리지(1145년), 신증동국여지승람(1531년), 여지도서(1757~1765년) 그리고 한국지명총람(남한·1970년대 전후)과 조선향토대백과(북한·〃) 등에 등장하는 지명 후부요소를 집중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총 85개의 후부요소 고개명이 관찰된 가운데 이중 '峴계열'이 41개로 가장 많았고, '嶺'과 '岑'(잠) 계열이 그 다음을 이었다. 나라별로는 백제땅 안에 고개명이 가장 많이 분포했다.
 
그러나 이들 고개명은 경덕왕 때 이르러 '峴' 계열의 상당수가 '嶺' 계열로 교체된다. 이는 통일신라 조정이 '峴'에서 '嶺'으로 의도적으로 지명을 바꿨음을 의미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峴 357개, 嶺 256개 외에 岾(점) 계열 83개가 처음 관찰됐다. 반면 '岑'은 6개 밖에 관찰되지 않아 쇠퇴기에 들어섰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여지도서에는 嶺 433개, 峴 360개, 峙 150개, 岾 45개, 岑 12개 등의 순으로 관찰됐다.
 
'嶺'계열이 관찰순위 1위로 올라섰고, 또 앞선 시기에 보이지 않던 峙가 150회나 출현하여 岑은 물론 岾보다 훨씬 많이 관찰된 점이 주요 특징이되고 있다.
 
박교수는 이에대해 "峙계열이 이 시기에 옛 백제지역인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집중적으로 등장한다"며 "이는 삼국시대 백제 지명어 只·己·支가 발전된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대국어 지명 자료인 한국지명총람과 조선향토대백과에는 총 6만9천188개의 고개명 후부요소가 등장해 있는 가운데 이중 순우리말인 '재'와 '고개' 계열이 嶺·峴·峙·岑·岾보다 훨씬 많은 86.6%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남한에는 '재'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분포도를 보이나 북한에는 '고개' 후부요소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다른 곳에서는 거의 사멸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함남지역에서는 岾계열 지명이 97개나 관찰돼,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박병철 교수는

1997년에 서원대학교 호서문화연구소장 재임시 '청주의 지명'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 것을 계기로 한국지명학회를 창립했다.
이밖에 박교수는 현재 국어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고, 또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문자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구결학회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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