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힘껏 뛰어도 3만원

연말 맞은 대리운전 기사의 하루

2007.12.26 21:24:54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부도가 나 살길이 막막해 몇 개월만 하려고 시작한 대리운전이 어느새 1년을 넘어서고 있다.”는 대리기사 최기선(38·가명)씨는 새벽까지 뛰어도 고작 하루 3만원 남짓을 손에 쥐고 귀가한다.

지역 대리운전기사가 과포한 상태인 가운데 연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만원에서 거스름돈 2천원을 꼬박꼬박 챙기는 손님들마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저도 어렵지만 만나는 손님마다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새 정부에서는 서민들 생활이 좀 더 나아져야 할 텐데…”

25일 밤 청주 용암동의 모 편의점 앞에서 만난 최씨는 한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여가 흐르고 그의 휴대전화엔 '용암동 횟집 1명, 목적지 가경동 011-64××-××××'라는 문자가 찍혔다.

최씨는 대리운전 업체에 자신이 가겠다고 연락한 뒤 손님에게도 전화를 걸어 '3분후에 도착하겠다'고 알린 후 뛰기 시작했다.

최씨를 포함해 청주지역 대리운전 기사는 300~500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업체만도 30~40곳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직장을 잡지 못한 20대 청년층과 여성들도 대리운전에 뛰어 들다 보니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실정.

속칭 '날치기 대리기사'도 등장해 손님을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도 많다.

"손님과 통화하고 곧바로 달려갔는데 손님이 없을 때가 많아 택시비만 날릴 때도 있다”는 그는 “손님에게 전화를 걸면 이미 다른 대리기사와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한 달 버는 돈은 100만원 남짓.

하루 평균 8차례 손님을 모셔다 준다는 최씨는 7만원 정도를 벌어서 회사에 20%를 적립금으로 떼고 택시비 등으로 쓰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별로 없다고 한숨지었다.

“네 식구가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요즘 다른 직장을 찾고 있지만 그마저 쉽지 않다”는 그는 “남과 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몸도 많이 상하고 힘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술 취한 손님을 상대하다보니 말상대를 해 주고 또 때론 화난 손님의 기분을 맞춰 주느라면 자존심 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그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나처럼 사업부도로 하루아침에 내몰린 사람도 있고 취직이 안 돼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장사가 안 돼 '투잡'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더 낳은 내일을 위해 성실히 일하고 있다”며 “성실히 일하면 아이들이 원하는 학원도 보내고 외식도 하며 예전처럼 살 수 있을 거라 여전히 믿고 있다”며 엷은 웃음을 보였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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