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주의' 교육풍토 강하게 비판

'인문학 아이콘' 도정일교수
요즘 아이들 입만 열면 "엄마 이것도 해줘"
'디지털 원주민'만으론 창조적 인간형못돼
인본·인문없는 기술은 '문명 딜레마' 봉착

2011.12.11 18:19:45

'일부이기기는 하지만, 대학생 MT에 엄마가 따라나서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인문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도정일(사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이 우리나라 교육풍토가 만들어낸 속칭 '엄마주의'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상상력이 풍부한 창조적인 인간형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각분야 학문의 밑바탕이자 초입에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대 기초교육원이 지난 8일 오후 도 대학장을 초청, 학내 교수들을 상대로 '어떤 청년을 키우고자 하는가' 제목의 콜로키엄을 가졌다.

콜로키엄(colloquium)은 전문가 집단이 어떤 주제를 놓고 공동 토의를 벌이는 형식을 말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엄마주의', '디지털 원주민', '인문학적 실용성' 등의 신조어를 사용하며 지금의 교육 풍토를 비판했다.

그는 엄마주의에 대해 "모든 것을 '엄마'가 해결해주다 보니 우리 아이들 입에 '엄마 이것도 해줘'라는 말이 배여있다"며 "그 결과,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 판단력이 바탕이 된,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청소년들이 자기 우월성에 대한 표현으로 자신들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칭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 월가의 사례에서 보듯 인본·인문없이 기술적 탁월성만 강조하다 보면 문명의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출생하여 PC보급과 함께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그 반대적인 표현은 'BC세대'(Before Cumputer·컴퓨터이전 세대)이다.

도 교수는 "지금의 나이든 교수가 IT기술로 무장된 디지털 원주민을 기술적으로 대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다"며 "그러나 기술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능사가 아닌 만큼 그 기술에 질문하고 또 수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이 등한시되는 풍토에 대해서도 일침, "시장이 교육에 끼어들어 그들의 이해 관계에 맞게 교육방향을 틀고 의도를 관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문학을 '변두리 학문'으로 대우하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상상력이 바탕이 된 창조적인 인간형을 육성할 수 없고 그것은 국가 미래의 손실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 교수는 "교양교육의 위기는 오래 전에 형성됐지만 지금은 더 심화됐다"며 "이는 대학이 교양교육을 속칭 전임강사에게만 맡기면서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은 실용성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왜 실용성이 없냐"며 "인문학은 민주적인 시민양성과 밝은 직장 분위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학문임에도 불구, 이를 간과하거나 홍보논리를 개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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