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본 우리 문화재 - 전통먹

침투력·친환경 등 "아직도 독특한 매력"
패관잡기, 첨가물로 달걀흰자 기술 이례적
단일입자, 고문서보다 고목재 것이 조금 커
아교질 접착력 높이지만 반대로 잘 안갈려

2012.01.02 19:33:58

편집자 주

우리나라 먹(墨)의 역사는 낙랑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때는 중국 것을 모방했던 시기로, 자체 제조한 먹은 삼국시대부터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조선시대는 이른바 전통먹의 황금시대였다. 중세 우리 선조들은 자체 제작한 먹으로 찬란한 수묵화와 다양한 기법의 서예를 남겼다. 이런 전통의 먹은 현대화된 필기구에 밀려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전통의 먹은 빛깔, 침투력 등에 있어 다른 필기 매체가 지닐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근래들어 친환경적인 것이 강조되면서 전통먹과 공업먹은 자주 비교되고 있다.

전통의 먹은 빛깔, 침투력 등에 있어 현대 필기매체가 지닐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충북대 김병로(목재·종이과학과) 교수가 얼마 전 이와 관련된 '고대 먹과 현대 먹의 특성 비교' 논문을 '과학 기술사와 문화재 과학'이라는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전통먹 제조 방법 비교

김교수에 따르면 전통먹의 제조기법 등을 다루고 있는 동양의 고문헌은 패관잡기(稗官雜記·조선중기), 천공개물(天工開物·명나라 말기), 산림경제(山林經濟·조선후기) 등이다. <표 참조>

이들 고문헌 중 패관잡기는 먹제조 첨가물의 하나로 달걀 흰자를 언급, 적지 않은 호기심을 낳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들 고문헌을 이론적인 토대로 연대가 밝혀진 고건축물에서는 먹자국 4점, 역시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불상 발원문에서는 먹글씨 14점 등 총 28점의 시료를 채취했다.

반면 현대먹에서는 일본산 7점, 중국산 2점, 한국산 8점 등 총 17종의 시료를 채취, 전통먹과 단일 입자크기, 원소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고목재에 사용된 먹이 고문서에 사용된 먹보다 단일 입자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목재 시료의 하나인 창덕궁 신선원전 적심의 먹그림의 경우 평균 107㎚로 가장 크게 분석되었으며, 고문서 시료는 평균 38~86㎚로 분석되었다.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의 단위를 말한다.

이밖에 송연먹이 유연먹보다 단일입자의 크기가 최대 2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목재 시료의 먹은 송연먹으로 추정됐다.

송연먹은 소나무 그을음, 유연먹은 기름을 태워 나오는 그을음을 모아 만든 먹을 말한다.

현대먹의 입자 크기도 고대먹과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입자 크기만으로는 고대와 현대먹을 구별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먹만의 원소 비교에 있어서는 한·중·일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먹의 경우 산소함량은 가장 낮았지만 탄소함량은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내산의 경우 일·중과는 다른 원료가 사용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황(S) 함량은 일본과 중국이 0.1~0.7인데 비해 한국은 0.8이 8개사 제품 중4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이어에서 생산된 카본블랙을 사용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중국산은 아교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예계에서는 아교 비율이 높으면 접착력은 높지만 먹은 잘 갈리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논문은 결론으로 '황, 산소 및 아교 함량으로 현대먹의 품질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대 문화재과학과(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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