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변천비사 - 대전에도 청주땅이 있었다

일명 '월경지'로 지금의 대전동구 추동일대
금강건너 편인 옥천 군북에도 '청주땅' 존재
1906년까지 존속, 원인 둘러싸고 해석 분분

2012.01.30 18:34:41

편집자

행정구역 경계는 집단은 물론 개인의 사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어느 행정구역에 속하느냐에 따라 행정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법률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순항하는 것 같던 청주·청원 통합 작업이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만큼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야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번 주부터 청주가 중심이 된 '충북의 행정구역 변천비사'를 시간의 흐름 순으로 연재한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대전에도 청주땅이 있었다'이다.

조선시대에는 월경지(越境地)와 두입지(斗入地)라는 독특한 형태의 행정구역이 존재했다.

월경지는 같은 행정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본토와 알래스카처럼 다른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마치 섬 모양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두입지는 다른 행정구역을 국자 모양으로 파고 들어간 형태를 말한다. 이때의 '斗'는 북두칠성으로, 역시 길쭉하게 파고 든 모양을 상형하고 있다.

조선후기 지금의 대전 일대를 차지하고 있는 청주목(주안현) 땅의 모습이다. 문의, 회인을 건너뛰어 월경지가 설정됐다.

ⓒ자료:조선시대 전자문화지도
지금의 상식으로는 행정상 청주시에 소속된 땅이 대전에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조선시대 거의 전기간 동안 지금의 대전시 동구 추동 일대(대청호 자연생태관 주변)에 청주목 땅이 존재했다. <지도 참조>

그리고 그 건너 편인 지금의 옥천군 군북면 항곡리와 회인 접경 일대에도 청주목 소속의 땅이 존재했다. 바로 주안현(周岸縣·후에 주안면)이다. 조선후기 지도에서 보듯 월경지 주안현의 상당 지역은 금강수계와 대면을 하고 있다.

주안현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조선 전기부터 등장한다. 세종실록지리지 청주목 편은 주안현에 대해 '향(鄕)이 1이니, 주안(周岸)이며,예전에는 주애(朱崖)라 하였다'라고 적었다.

주안현은 중종 때 쓰여진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옛날에는 주애(朱崖)라고 했는데, 고을의 동남쪽 60리에 있다. 문의ㆍ회인 두 현을 지나야 그 땅에 도착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행정적으로 비정상적인 위치를 지닌 주안현은 이후 존폐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하게 된다. 다음은 영조 때의 우의정 신만(申晩·1703∼1765)이 아뢰는 말이다.

"회인의 고을이 가장 벽소(僻小)하고 백성은 적은데 부역은 많아서 살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주의 주안면은 회인의 남쪽에 있어서 경계가 서로 붙어 있고 청주와는 이어진 곳이 없으니, 이쪽을 베어서 저쪽에 보태어 잔읍(殘邑)의 폐단을 구하여 주기 바랍니다."-<영조실록>

그러나 주안현은 이때 청주로부터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주안현이 '대전군'에 편입된 것은 이보다 훨씬 늦은 1906년이었다. 조선통감부는 그해 6월 이른바 '지방구역정리건'이라는 칙령을 발표, 주안현(당시는 주안면)을 대전군에 속하게 했다.

왜 이토록 주안현이라는 비정상적인 행정지역이 존재했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안현에 대해 △본래 청주목 소속이었으나 향·소·부곡의 변동에 따라 월경지가 됐다 △청주목 관아에서 주안현의 내륙 어물과 광물질을 조달하기 위해 설정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이는 "청주지역 권세가가 주안현으로 이사를 갔으나 궁벽한 시골군에 편입되기 보다는 청주목 소속으로 남아 있기를 원해 그렇게 됐다"라고도 밝히고 있다.

이밖에 청주 연고의 특정문중 관여설도 등장해 있으나 아직까지 정설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없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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