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르가스터의 상상도이다. 고고인류학자들은 이때부터 옛인류가 도구에 의한 어떤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인체 발열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체모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류의 체모(몸털)는 왜 현격히 감소하는 쪽으로 진화됐을까. 또 지구상에는 왜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인종이 존재하는 것일까.
오늘부터 충북대 박선주(고고미술사학과) 교수의 도움을 빌어 '인류 진화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싣는 순서는 '체모는 왜 감소했는가', '피부색이 다양해진 이유', '현생인류의 확산', '몽골로이드', '지금 우리들의 조상은' 등이다.
체모(體毛)는 의학적으로 피부의 부속기관으로, 생모(生毛)와 기모(期毛)로 분류되고 있다.
생모는 태아 때부터 몸에 나있는 털을, 기모는 성 성숙기에 생기는 길고 색이 짙은 몸털을 일컫고 있다.
인류의 체모는 분명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으로 다모(多毛)에서 소모(少毛)의 방향으로 진화했다.
고고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류는 대략 8백만년 전에 침팬지에서 분화했고, 4백만년 전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猿人·남쪽 원숭이라는 뜻) 단계로까지 진화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유인원처럼 뒤뚱뒤뚱 걸었고, 긴팔과 발 끝까지 털로 덥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시기부터 머리와 신체 은밀한 곳을 제외하고 털이 적어지고 맨살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 시기는 언제이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고인류학자들은 △인체 발열설 △흡혈 곤충인 이 관련설 △성 쾌락설 등을 제기하고 있다.
첫번째 설은 이른 시기 아프리카의 메마르고 더운 기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체온을 떨어트리는 것이 자주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체모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인체 발열의 경우 온몸에 털이 나있는 것보다 맨살이 훨씬 유리하다"며 "현재 아프리카인들의 머리카락이 짧은 것도 같은 이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학자들은 체모 감소가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해서는 대략 1백70만년 전의 이른바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 시기로 꼽고 있다.
호모 에르가스터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도구를 동반한 옛 인류의 어떤 행위가 시작된 것으로 고고인류학자들은 보고 있다.
흡혈 곤충인 이 관련설은 찰스 다윈이 주장한 내용으로, 성적(性的) 선택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다윈은 "이른 시기 인류가 짝짓기를 할 때 몸털이 적은 배우자를 선택하려 했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체모가 적을수록 이도 적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 쾌락설은 맨살의 접촉과 관련이 있다.
이를 지지하는 학자는 "성 관계를 맺을 때 몸털이 난 경우보다 맨살끼리 접촉할 때가 쾌락도가 더 높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류는 체모를 지닐 필요성이 점점 없어졌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세 가지 이론 중 신체 발열설이 가장 많이 수용되고 있다. 이 이론은 유전적인 분석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뒷받침을 받고 있다.
분석 결과, 체모 감소와 다음에 소개할 피부색과는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박선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