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측근조력자의 함정

2012.03.29 16:16:48

정치의 계절이다. 국회의원 금배지를 갈구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유력 정치인들, 즉 권력자 곁에는 항상 사람이 따르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갈량으로 대표되는 현자들이 한 축을 이루고, 십상시처럼 평소엔 굽신거리다 결정적 순간에 배신하고 권력을 찬탈하는 무리가 다른 축을 형성한다.

두 부류 모두 평소엔 이웃이나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소설책에서 보여주듯 흑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도움이 될 참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적재적소에 맡기는 것이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는 자신의 뜻을 키우고 국민의 안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인재를 등용한다. 아쉽게도 현대 정치사는 슬픈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신뢰한다던 보좌진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법적 처벌 대상이 됐다. 자신마저도 영어에 갇힌 사례가 적지 않다.

평소에 아는 사람, 또 그 아는 사람이 아끼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힌다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가진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적임이 아닌데도 아는 인물이란 점 때문에 일을 맡겼다가 실패로 끝나면 리더 자신은 물론 그 아는 사람마저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 말기마다 반복돼 온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경종이 수없이 울려졌음에도 현 정권 역시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대통령 동서의 동생, 9촌 조카, 사촌형 3부자가 뇌물수수·청탁 등에 연루됐다. 지난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구속됐다. '상왕'이라 불리어 온 이상득 의원 역시 측근비리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6인 멤버' 출신의 박희태 국회의장도 중도 하차했다. 대통령의 형, 형 친구, 처가 인척은 말할 것도 없고 원로 측근과 청와대 참모들까지 비리·부패사슬에 얽혀 있었던 셈이다. 이 대통령이 "제 자신과 주변을 엄격하게 관리 하겠다"며 측근비리 척결의지를 아무리 밝혀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최근 총선 예비후보로부터 1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심상대 전 민주통합당 사무부총장을 구속했다. 심씨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1월 당 대표 경선을 치를 당시 캠프에서 일했던 측근 인사다.

심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민주통합당 총선예비후보 박모씨로부터 지역구 공천 대가로 4차례에 걸쳐 1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 권력자 측근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따른 부작용 또한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권력자일수록, 권력자를 희망할수록 그냥 '아는' '친한' '가까운' 사람이라고 중용해서는 말년이 고달프게 돼 있다.

논어에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라는 한 구절이 있다. '무릇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따르는 이웃과 친구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애용한다면 표를 얻는 데만 활용하지 말고 권력자로 등극한 이후에도 필히 써먹어야 할 터다.

최근 한 공기업 사장이 서브 권력자를 선택할 때 중요한 3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서브 권력자는 권력자의 철학을 실천해가는 핵심적 역할이어서 그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진다면서 꺼낸 얘기다.

우선 전문가를 중용하라고 했다. 수많은 일을 믿고 맡기고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깨끗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직 전체를 깨끗하게 끌고 갈 능력이 돼야 하며 혼자만 깨끗해선 안 된다는 조건도 달았다. 10원도 받지 않겠다던 최고 권력자 밑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소신과 배짱도 주문했다. 권력자에게 잘못된 바를 바로잡거나 청탁을 물리칠 수 있도록 충언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황한 듯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정치의 계절 이어서다. 내달이면 선택을 통해 19대 국회의원들이 탄생한다. 올 연말이면 최고 권력자 아래에 위치할 서브 권력자들이, 또 그 밑의 권력자들을 선택할 것이다. 줄줄이 들어설 그 권력자들은 기존의 판을 깨게 돼 있다. 각종 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4·11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잘 뽑아야 미래가 있다. 지역감정에 기대거나 특정인이 싫다고 덜 미운 사람을 찍는 식의 투표와는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왔다. 자신의 권력 원천이 지역민임을 깨닫고 있는 이들을 선택했으면 한다.

총선 후보들의 측근 핵심인물들이 누구인지도 한번쯤 검증해 봄직하다. 권력자를 따르는 참모 내지 서브 권력자들이 진정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지역사회의 안녕은커녕 혼란만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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