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진화 이야기 - 현생 유럽인 조상

"인도-이란-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
DNA 분석 결과 시리아서 바로 북진 안 해
인도유럽어족으로 묶이는 것도 같은 이유
이들이 크로마뇽인 벽화등 예술행위 시작

2012.04.23 17:29:19

유전학상 Y염색체는 아버지-아들-손자 등 이른바 부계(父系)로만 유전된다. X와 Y 염색체는 서로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미토콘드리아(mt) DNA는 모계(母系)로만 전해진다. 수정을 할 때 정자의 핵만 난자 속으로 들어가고, 미토콘드리아가 속해있는 세포질을 난자 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분자생물학이라고 부른다. 세계 고인류학 학자들이 분자생물학을 이용, 현생인류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 결과, 현생인류의 유럽 이동경로가 종전에 알고 있었던 것과 사뭇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몇년 전까지 이 그림이 현생인류의 이동 경로로 공인을 받다시피 했다. 그러나 현생 유럽인은 인도-이란-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이동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전에는 20만년전 아프리카 동북부에 출현한 현생인류가 10만년전 쯤에는 레반트(Levant·지금의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일대) 지역에서 분기, 한 집단은 인도를 거쳐 동북 아시아까지 진출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또 이곳에서 분기한 또다른 집단은 계속 북위도로 올라온 후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간 것으로 봤다. 이른바 '인류 단일지역 기원론'의 핵심적인 주장으로, 달리 '아웃 오브 아프리카설'로도 불려져 왔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을 이용한 최근의 연구 결과는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일단 인도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분기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즉 인도에서 헤어진 일단의 집단은 계속 동진을 동남아시아에서 분기, 일부는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호주)로 진출했고 일부는 중국 동해안을 따라 한반도까지 진출했다.

반면 인도에서 분기한 또 다른 집단은 이란-터키를 경유해 유럽으로 진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세계 고인류학 학자들은 그 근거로 △아프리카인 유전자 마커가 인도와 가장 가까운 점 △반면 레반트 지역에서 아프리카인 유전자 마커가 나타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만약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레반트 지역까지 올라온 후 그곳에서 동쪽(인도방향)과 북쪽(터키방향)으로 분기했다면 레반트에서도 아프리카인 유전가 마커가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이 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아프리카를 떠난 당시 현생인류는 보행이 어려운 사막과 산맥을 넘기보다 해안선을 따라 원시적인 배로 항해를 한 끝에 인도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사진은 크로마뇽인이 만든 묄렌도르프 비너스상.

이들의 주장은 외모와 언어를 통해서도 상당 부분 입증되고 있다. 인도인은 피부가 다소 검기는 하나 지금의 유럽인과 외모가 가장 흡사하다. 이는 인도와 유럽인의 친연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언어는 보다 구체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현재 세계 언어학자들은 인도와 유럽 대륙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인도유럽어족'으로 분류하고 있다.

언어학자 W.존스는 인도와 그리스어, 라틴어 등이 포함된 유럽어에서 같은 의미, 같은 형태의 어휘가 많음을 발견하고 이 언어들이 역사 이전에 어떤 하나의 언어에서 분화됐다고 해석, '인도유럽어족'이라고 명명했다.

학자들은 이 연장선에서 유럽의 신석기 문화가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이란-터키를 거쳐온 현생인류 집단들이 씨를 퍼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3만5천년전쯤 유럽 본토에 도착한 이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와 비너스 석상을 만드는 등 예술 행위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크로마뇽인으로 지금 유럽인의 직계 조상이 된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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