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에 샌들…쿨해진 공직사회

서울시 '에너지 복장 간소화' 선도
충북도청은 넥타이 풀고 면바지 권장

2012.06.07 19:59:25

지난 1일 서울시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쿨비즈' 복장을 시행하기로한 첫 날 서울시청 남산별관 환경정책과 직원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엘 가~."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1990년대에 풍미됐던 DJ DOC의 노래다. 이 노래 가사가 최근 공직사회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청은 지난 5월 22일부터 노타이 차림에 재킷을 벗는 '쿨 비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달부터 8월까지 두 달간은 반바지와 샌들도 허용된다.

최근 기온이 30℃를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서울시청의 에어컨은 돌지 않는다. 현관은 물론 모든 창문을 열어놓고 자연바람 속에서 일하는 분위기다.

사무실 내에서 하루 종일 돌아가는 컴퓨터 때문에 실내 온도는 점점 높아지는데도 서울시청의 공무원들은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군데군데 반바지와 샌들을 신은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평소 같았으면 상사의 불호령이 당장 떨어졌겠지만, 복장을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울시청이 생활 속 에너지 절약과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쿨비즈 운동 덕분이다.

서울시가 시작한 복장 간소화는 혁신적이다. 이미 지난달 22일 공표된 바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반바지와 샌달을 허용한 전례는 없다. 최초 발표될 때만 해도 공무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반바지 착용을 꺼려했지만 선구자가 나서자 봇물이 터진 듯하다. 간편 근무복 착용으로 체감온도는 1~2℃가량 떨어진다.

쿨 비즈 운동을 담당하는 서울시청 관계자는 "시원하고 간편하게 입되, 품위유지와 공직 예절에 벗어나지 않도록 단정한 복장 착용을 규정하고 있다"며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점차 늘고 있는 양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상기후로 인해 전력수요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에너지 절약이 시급하다"며 "공공부문에서 먼저 기존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민간부문을 선도하기 위해 시행하는 운동이니만큼 많은 호응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특허청도 뒤질세라 반바지와 샌달을 근무 외 시간에 허용하도록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심사 부서라 본관이 비좁고 컴퓨터가 많다"며 "저녁엔 냉방이 안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조치를 바라보는 충북 공직사회에는 충격과 부러움이 혼재하고 있는 분위기다. 충북도청의 한 공무원은 "서울은 항상 우리보다 더 빠르고 더 파격적"이라며 "지역 정서에서 나타난 차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충북도도 에너지절약형 간편 근무복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복장은 상의의 경우 노타이 정장이나 콤비, 니트, 컬러셔츠 등이며, 하의는 정장바지와 면바지 등이다.

넥타이는 공식행사나 의전 상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예 매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다만 슬리퍼나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 노출이 과다하거나 민원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복장은 자제토록 했다.

도는 일선 시·군에도 이 같은 방침을 전달하고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간부급 공무원들에게 솔선수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요즘 충북도청에는 넥타이를 맨 공무원을 찾기 힘들다. 양복 정장은 거의 사라졌다. 쿨 맵시 원피스를 입은 여성 공무원도 눈에 띈다. 공무원이 '정장 차림'의 대명사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달라진 사회분위기와 신세대 공무원의 등장도 이 같은 변화를 앞당기는데 한몫 하고 있다.

충북도의 변화는 서울시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서울시처럼 반바지와 샌들 등 파격적인 복장으로 출근하는 공무원은 찾아 볼 수 없다.

충북도청에 방문한 민원인 A씨(35·청주시 흥덕구 )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도청뿐만 아니라, 더 많은 업체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원인 B씨(40·청주시 상당구)는 "에너지절약형 간편 근무복 착용 운동은 그동안 경직돼 있던 공직사회문화를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지나친 자유 복장보다는 일정한 기준을 마련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장인수·이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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