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점오배족’이 늘고있다

특근 수당 1.5배 보장…‘알바’생도 급증

2008.02.04 21:18:42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가계경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설 연휴를 반납하고 특근을 자청하는 일명 ‘점오배족’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청주산단 내 한 생산현장에서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최영덕 기자
고향 대신에 돈

“이번 설 명절에는 연휴기간도 길고 해서 부모님을 찾아 뵙고 효도도 하고 싶지만 최근 물가도 오르고 가정형편상 그럴 수가 없네요. 돈을 벌어야지요.”

설 연휴를 이틀 앞둔 4일 청주산업관리공단 내 한 기업체에 근무하는 신상철(32?청주시 개신동)씨는 이번 설 명절을 모두 반납하고 특근을 자청했다.

그는 해마다 명절이면 부모님이 계신 전북 정읍시로 내려가 연휴를 보냈지만 올 설 명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결혼 한 신씨는 한 아이와 부인을 둔 가장이 되면서 더욱 힘들어지는 가정형편으로 1일 수당이 1.5배 이상 더 나오는 연휴 특근을 자청했다.

신씨는 “부인과 함께 맞벌이 할 때는 휴일도 꼭 챙기며 생활해도 살림살이가 부족한지 몰랐지만 지금은 혼자 벌어 세식구가 살아야 하니 쉴 여유도 없다”면서 “남들 다 쉴때 같이 쉬면 우리 가족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수당이 좀 더 나오는 연휴 특근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1년에 부모님을 한두번 찾아뵙는 것이 고작인데 명절에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 마음의 짐이 된다”며 “부모님도 사정을 뻔히 알고 이해해주셔서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휴일에 한번 찾아 뵈야겠다”는 신씨의 표정이 착잡해 보였다.

최근 신씨처럼 물가상승 등 가정경제가 그 어느때보다 무거운 상황에서 설 연휴에 특근을 자청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명절 때 고향 방문 대신 돈을 택한 사람들을 일컬어 ‘점오배족’이라 부르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점오배족은 보통 수당보다 연휴기간 특근하는 근로자에게 1.5배이상의 수당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청주산단의 각 기업체 근로자 10명 중 3명 가량은 이번 연휴기간 특별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산단관리공단에 따르면 237개 입주업체 중 연휴기간 공장을 정상 또는 부분 가동키로 결정한 업체는 19곳에 달했다.

이들 업체를 포함한 특근 인원은 6천168명으로 청주산단 전체 근로자(2만3천92명)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6개 업체는 자체 명절행사 개최, 특별상여금 지급, 특식 제공, 식대지급, 직원가정 방문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오창산단의 근로자들도 이번 설 휴무기간 중 공단 전체근로자(8천815명)의 약 7.3%인 640여명의 근로자들이 특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산단 내 한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상 조업을 멈출 수 없어 이번 명절에도 수천명이 특근을 한다”며 “이들에게 수당과 다과 등을 제공하는 등 고향에 가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등록금으로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아르바이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날을 맞아 분주한 업체들은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설날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 가운데 평균 1.5배이상 높은 임금으로 인해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몰리고 있다.

명절 아르바이트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판촉알바, 포장, 배송 등 유통업계 채용정보가 대부분이나 pc방과 편의점 등에서는 연휴에 쉬는 직원들을 대신하기 위해 모집하기도 한다. 대목을 맞은 떡집도 떡가래뽑기, 시루 나르기, 떡 포장, 주방보조 등을 구하고 있다. 연휴기간 일급은 5만~7만원 사이로 배송운전기사의 경우 최대 일당 17만원까지 보장되고 있다.

연휴기간 중 고향에 내려가지 않거나 특별한 계획이 없는 직장인들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신청하고 있다. 평소 일하던 것과 다른 일이지만 금방 배울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장인 아르바이트도 급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천국 정동원 실장은 “연휴기간 특수 아르바이트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 심지어 직장인들까지도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고 있다”며 “단기간동안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이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최영덕 기자 year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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