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입소 늘어만 간다

가정 버리고 친권도 포기…‘실수로 태어났나’

2007.03.16 08:07:49

14일 저녁 청주 개신동의 모 아파트 복도에 갓 태어난 아기를 유기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도내 고아원에 기아(棄兒)나 친권포기, 위탁 등으로 맡겨지는 아이가 해마다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94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청주시 신촌동 충북희망원에는 매년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맡겨지고 있었으며, 20여명의 아이들이 새 가정에 입양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면서 최근 기아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친권을 포기하거나 수년씩 아이를 위탁하는 부모가 늘면서 맡겨지는 전체 아이수는 줄지 않고 있다고 이곳 관계자는 말했다.

실제로 이혼한 후 서로 아이를 맡지 않으려는 부모의 친권포기로 지난해 14명의 유아가 이곳에 입소했으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위탁도 13명으로 집계돼 2005년(5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아이들은 원장을 아빠로 선생님들을 엄마나 이모로 부르며 따르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가서 친구들의 가정환경을 접한 후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궁금해 하며 선생님 등에게 직접 묻기도 해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 할 때가 있다. 한 보육사는 “3~4살 때 이곳에 맡겨진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 어렴풋이 기억이 있고, 엄마가 없다는 것을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알아간다”며 “자신의 입소배경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 자세하게 얘기해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모두 입양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아이들은 입양기회가 주어지지만 기아의 경우 친권 소멸시효가 없는 관계로 나중에라도 부모가 원하면 아이를 돌려줘야하는 까닭에 입양을 꺼리고 있다.

지난 2005년 청주 가경터미널 화장실 앞에서 친모에 의해 어느 할머니에게 맡겨진 현수(4·가명)도 이곳생활에 잘 적응하며 모범적으로 지내고 있지만 입양이 될 수 없다. 당시 포대기 안에 아이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적혀져 있어 무연고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아이들은 만 18세까지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그 후 본인이 대학가기를 원하면 학비를 지원하는 대신 거처는 자신이 정할 수 있다. 김인련(51)원장은 “아직도 많은 기아와 친권포기부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생명이 귀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며 “성교육과 함께 사후교육의 활성화, 입양에 대한 인식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박재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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