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조수

2014.01.19 14:18:21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지금 숲은 삶의 치열한 경쟁에서 잠시 돌아봄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추위를 견디며 봄을 맞이하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가지고 침묵으로 서 있다. 숲의 겨울 생태가 궁금한 우리는 가끔 숲을 찾아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나무의 꽃눈도 만져보고 잎눈도 바라보면서 씩씩하게 잘 견디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곤 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봄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나무는 두툼한 털옷으로 자신의 잎과 꽃을 지키고 어떤 식물은 작은 크기로 최소한의 양분을 소비하며 겨울의 혹한과 맞서고 있다. 겨울을 나기는 식물뿐 아니라 동물도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있다.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닌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그 흔적으로 발자국 또는 배설물로 찾을 수 있고 그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길목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벌레들의 알이나 번데기들은 낙엽 밑이나 나뭇가지 사이에 집을 짓고 혹한을 견디고 있다. 선배님들이 들려주시는 숲의 생태 해설은 아직 초보인 나는 감탄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숲은 그렇게 서로 자기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는 숲을 찾아 그들의 겨울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위안을 얻을 것이다.

겨울 숲의 안부를 확인하며 무심천 발원지인 내암리를 탐방하던 우리는 어디선가 "꿀! 꾸~울" 돼지 울음소리를 들었다.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총소리도 요란하게 들렸다. 우리 일행은 깜짝 놀라 소리 나는 곳으로 뛰었다. 그곳에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냥개 여섯 마리가 멧돼지 한 마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멧돼지는 연신 소리를 질러대고 사냥개는 피가 범벅되도록 물어뜯고 있었다. 우리는 사냥 중인 사람들에게 이러면 되느냐고 따졌더니 유해조수 퇴치 허가를 받은 사람들이라며 허가증을 내민다.

농작물 피해를 입히고 농민들에게 유해한 동물이라고 그렇게 무자비하게 동물들을 학대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동물들이 농작물의 피해를 주는 시기도 아닌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씁쓸하다.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있는 동물들을 사냥개를 대동하여 찾아내어 물어 죽이도록 허가를 했다니 서글픈 일이다. 자연은 사람들의 소유물은 아닐 것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은 해봤는지 의문이 간다. 물론 힘들게 지어놓은 농작물을 해치는 동물을 편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 함께 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있을 것이다.

유해조수를 없애야 한다는 인간들의 이기심 때문에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지도자는 한때 곡식을 먹어치운다는 이유로 참새를 유해조수로 지정하여 씨를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참새가 사라지자 참새의 먹이인 애벌레가 극성을 부려 더 많은 곡식을 추수할 수 없었고 오히려 참새가 해충 방지에 기여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은 스스로 개체 수를 조절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나서서 자연의 조화를 깨뜨려 화를 자초하는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동물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이야말로 가장 유해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이유라도 생명을 함부로 대하고 하잖게 여긴다면 그 화는 분명히 인간이 받을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내가 소중하고 내 가족이 소중하다면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 다른 생명도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자연인으로 이 세상에 함께 사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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