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바구니

2014.02.02 14:05:31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의 별세 소식과 함께 전해진 할머니의 따뜻한 나눔의 삶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13세 때 길을 가다 일본순사에게 끌려가 치욕적인 위안부 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고통과 힘겨운 삶을 사셨을 그분을 위로해 드리고 보살펴 드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힘겹게 사시면서도 나눔을 실천하시며 사셨다는 것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사시면서 틈틈이 빈 병을 주우시고 폐지를 모아 판돈으로 장학금으로 내놓으셨다니 대단하신 분이다. 당신은 난방비가 아까워 따뜻한 방에서 주무시지도 못하시면서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놓으셨다니 가슴이 더 아프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나누지 못하고 살았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자선냄비에 돈을 조금 넣거나 TV를 보다가 어려운 처지의 사연이 소개되면 전화 한 통을 하거나 장애인 단체에서 물건을 팔아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선심 쓰듯 한번 팔아준 것밖에는 한 일이 없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분이 베푼 나눔의 삶이 자꾸 생각이 난다. 나도 나누는 것을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삼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웃을 잘 알지 못하니 참으로 도시생활이 삭막하다. 이웃과 정을 나누기는커녕 현관문만 닫으면 이웃과의 단절된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 되니 이웃에 누가 사는지 어떤 어려운 일이 있는지 통 알 수가 없다. 그전에는 반상회라는 것도 있어서 서로의 사정을 알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없어진 지 오래되었으니 이곳에 이사 와서 이웃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더구나 이웃끼리 정을 나누고 산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웃과 나누는 일도 서로 왕래가 없으니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눈에 자전거 앞에 달고 다니던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활용해 보자는 생각에 바구니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바구니를 엘리베이터 손잡이에 걸었더니 완성 맞춤으로 딱 들어맞는다. 바구니를 걸어놓고 이렇게 써 붙였다. "이것은 나눔 바구니입니다. 나눌 것이 있으면 이 바구니에다 넣어 주세요. 필요한 분은 언제든지 가져가세요. 이웃끼리 나누는 것을 한번 해 봤으면 해요." 유리 테이프로 단단히 그 문구를 붙이고 식용유가 선물로 들어온 것 중 한 병은 우리가 쓰고 두 병은 그 바구니에 넣어 두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식용유가 없어지고 귤이 들어있다. 다음날은 귤이 없어지고 누룽지가 들어있다. "끓여 드시면 구수합니다."란 글이 붙어있다. 그다음엔 파이가 그리고 사과 몇 알이 이렇게 우리 통로는 나눔 바구니는 채워지고 비워지며 이웃 간에 정이 쌓이고 있다. 누가 넣어 두었는지 누가 가져갔는지 알 필요도 없이 서로 조금씩 나누는 것을 생활하다 보면 점점 확대되어 이웃뿐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 즐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눔의 시작은 비록 작은 것이지만 이웃을 돌아보고 마음만이라도 따뜻한 정을 나누다 보면 물질도 나눌 수 있고 봉사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부터 크게 나누려 하고 강요에 의한 나눔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눔이 아니라 진심에서 울어난 작은 나눔도 함께 나누는 방법을 생각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바라본다. 작은 나눔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길 기원하면서 오늘은 나눌 것이 무엇이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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