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주는 행복

2014.05.02 18:37:35

송태화

SK하이닉스 청주CR팀 책임

필자는 평범한 가정의 샐러리맨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이른 새벽이 되면, 10개월 갓 지난 딸아이의 뒤척임으로 늘 밤잠을 설치는 아내가 깰 까봐 조심스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발소리를 죽이며 출근 준비를 한다.

오늘도 평상시처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콩콩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큰 아이가 깼나보다'하는 생각과 동시에 번뜩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순간 아이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에게 필자는 "아빠 일하고 저녁에 올 거니까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하고 인사를 하니, 아이는 "아빠 잘 다녀와." 하면서 작은 팔을 활짝 펴 나를 꼬옥 안았다.

순간 깜짝 놀란 필자는 미안한 마음보다 가슴 벅찬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겨우 29개월 된 아이의 작은 몸짓 하나에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집을 나서며 나는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행복을 좇느라 현실이 주는 행복을 도외시 하지 않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국민행복지수는 33위, 복지충족지수는 31위로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국민행복지수는 세계 15권 안에 드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해 낮은 경제력을 갖춘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의 국민행복지수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OECD가 2011년 창설 50주년을 맞아 만든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은 행복과 관련한 지표에서 대부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주거, 소득, 삶의 만족, 공동체 생활, 일과 삶의 균형 등을 포함한 총 11개 영역을 평가하는 지표다.

우리나라가 반세기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행복감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즉 기초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행복은 소득보다 개인의 정서적·육체적 건강 및 가치관과 공동체의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게 해주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행복감을 느끼지 않으면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많은 행복의 순간을 그냥 지나쳐 보내고 있지 않은지, 타인의 행복을 보고 그것을 좇아가기에만 급급하지 않은지 되돌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고전작가 라로슈푸코는 "어떤 것이 큰 불행이고 어떤 것이 큰 행복인가. 행복과 불행은 그 분량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곧 현명한 사람은 큰 불행도 작게 처리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작은 불행도 현미경처럼 확대하여 스스로 큰 고민에 빠진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건강하게 일터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일상, 가족과 보내는 시간 등 우리는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라로슈푸코의 말처럼 마음 먹기에 따라 순간의 삶이 주는 행복을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내일도 우리는 가정 및 일터에서 하루를 시작하겠지만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누리는 현자(賢者)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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