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무엇이 문제인가?

2014.05.01 17:19:29

박가람

음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

가정폭력은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더 나아가 심각한 범죄나 사회적 일탈로 내모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사회문제이자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한 가정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기혼남녀 26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부부간 폭력, 노인 학대, 자녀 학대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 비율이 2명 중 1명 꼴이었다. 지난 해 가정폭력 접수 건이 8762건으로 이전 해에 비해서 28%나 증가했다. 재범률도 2008년 7.9%에서 2012년 32.2%로 4배로 증가했다.

가정폭력이 지표에서 나오는 데로 사회에서 그렇게 심각한 것일까?

가정폭력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늘어나는 가정폭력은 항상 곁에 있었지만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알면서도 방관했던 문제들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심각해 보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계 경제 12위의 우리나라가 행복지수는 세계 끝에 있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먹고 살만해지면서 복지와 행복에 비로소 눈을 돌리기 시작한 지금 행복의 시작점인 가정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삐그덕 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가정폭력은 얽힌 실타래를 풀 둣이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마음의 병이 가정 내에서 폭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기에 오랜 기간 얻은 마음의 병을 단 하루만의 상담과 치료로 해결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치료에 중점을 두고 경찰만의 대처가 아닌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서서히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작은 많이 불안하지만 가정폭력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우선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1년 넘게 4대악 근절을 홍보하고 많은 기관들이 연계하여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외쳐오면서 많은 국민들이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가정폭력이 최근 들어 급증한 것이 아니라 인식전환의 노력이 효과가 나타나면서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 뿐 아니라 노인학대, 아동성학대 등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법행위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명백한 사회적 범죄행위임을 모든 국민들이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게다가 인력 확보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폭넓은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가정폭력방지법 최근 개정내용을 보면 경찰의 현장 출동시 상담소·보호시설 종사자 동행요청 및 동행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충북에 가정폭력상담소가 8개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청주에 5개가 몰려 있다. 종사하는 상담원의 수도 4명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가정폭력을 접수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충북에 3개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50개, 한 곳당 21만명을 상대한다고 하니 현실적으로 제대로 된 대응이 도저히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가 없다.

가정폭력으로부터 행복한 나라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천천히 뚜벅뚜벅 나아가지만 가정폭력이 줄고 언젠가는 행복지수가 대폭 올라가는 건강한 나라가 되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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