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구조될 때까지 살아있길

2014.04.17 14:39:39

또 터졌다. 엄청난 해양 참사가 빚어졌다. 수학여행에 나선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등 475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이 침몰했다. 해양경찰과 민·관·군의 선박, 헬기 등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17일 오전까지 사망 9명, 실종 287명, 구조 179명 등이다.

해양사고 위험은 해상 물동량 증가와 해양레저 활성화로 자꾸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64명을 포함해 최근 5년간 해양사고로 1천266명이 인명 피해를 입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주해안에서는 120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기상악화로 인한 1건의 사고를 제외하면 99%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한다. 여수해경이 최근 3년간 해양사고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운항 부주의와 정비 불량 등 인적과실이 88%였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곳은 진도군 관매도 서남쪽 3㎞ 해상이다. 선박 통행이 많은 곳으로 선박 간 충돌이 심심찮게 일어났던 해역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큰 사고가 난 적이 없다. 사고 해역에 큰 암초도 없고, 사고 당일 아침 안개가 끼지도 않았다고 한다. 무리하게 많은 승객을 태우거나 과적을 하지도 않았다. 해상의 파고도 1m 안팎으로 잔잔했다고 한다.

왜 사고가 났을까. 세월호는 지난 15일 저녁 짙은 안개 때문에 예정보다 2시간 늦은 오후 9시 출항했다고 한다. 흐린 날씨에 야간 운항을 하던 중 외부 충격에 의해 선체 밑 부분에 구멍이 뚫렸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미처 감지하지 못한 채 운항을 계속하다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 생존자들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침(變針)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다른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명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판단한다. 대형사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심리적 트라우마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충격을 방치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원활한 선박 교통을 위한 항로 준설과 해상교통관제 등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사전예방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인명 구조다. 해상에서 구조작업은 시간 싸움이다. 실종자들은 바다에 떠 있을 수도 있다.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밀폐된 선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하다. 저체온증이나 산소부족 현상이 심해져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려면 더 많은 구조대가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우리의 슬픈 자화상 앞에서 던지는 절박한 주문이다. 제발 구조될 때까지 살아 있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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