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정말 잔인한 달

2014.04.20 14:22:04

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아,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부정하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각할수록 막막하고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아니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또. 경주리조트 참사로 대학 새내기들을 떠나보낸 지가 얼마나 됐다고.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 정녕 사월은 잔인한 달이란 말인가·

뉴스매체를 통해 접한 소식만으로도 진정이 안 되는데, 유족과 당사자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무엇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존재하는 언어의 가벼움을 원망할 따름이다. 특히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 길에 나선 그 어린 영혼들은 어찌해야 하나· 기성세대로서 이 많은 죄를 어떻게 속죄해야 할까?

필자도 초중고를 다닐 때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주는 설레임도 있지만 또래집단끼리의 여행에서 나름 일탈을 꿈꾸고, 친구간의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의 추억담을 나누고, 집에 돌아와 당시의 빛바랜 사진을 보며, 세월의 흔적을 확인하곤 한다.

단원고 학생들도 정상적인 일정대로라면, 모처럼 입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밤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바다를 바라보며 정담을 나누고, 붉게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꿈과 희망을 다짐하기도 할 것이며, 수학여행지에서 갖가지 추억과 낭만을 만들어 가지고 왔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순간 뒤바뀐 이 참혹한 현실은 어떻게 된 일인가?

갖가지 의문과 믿기 힘든 의혹들이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운항을 책임 진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침몰하는 배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도대체 최소한의 인지상정도 없단 말인가· 그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지도 않았단 말인가· 자식같은 그 어린 학생들의 절규와 원망이 들리지 않았단 말인가· 구차하게 먼저 살겠다고 탈출을 해서 저 많은 어린 양들을 놔두고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그 후안무치와 무책임, 마비된 도덕심에 치를 떨 뿐이다.

후진국일수록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한 편이다. 우리가 정치가를 정치꾼이라 부르고, 기업하는 사람을 돈만 아는 장사꾼으로 비하해 부르며, 진정한 스승이 없음을 개탄하여 선생님들을 한낱 직업인으로 대하는 모습들은 바로 이러한 그들의 도덕불감증에 기인한 면이 크다. 경제적으로 잘 산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지도자들의 도덕적 책임의식이 강하다.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는 이튼칼리지 출신 중 2천 명이 전사하고, 포클랜드 전쟁 때에는 여왕의 둘째 아들이 참전했으며, 6.25전쟁 때에도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하여 35명이 죽거나 부상을 입은 것 등이 좋은 예이다.

망망대해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선장의 경륜과 리더십이다. 승객들은 오로지 선장을 믿고 배에 오른다. 우리는 영화 속 타이타닉호 선장을 못 만났다. 앞으로 배를 탈 때에는 선장의 관상이라도 봐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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