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도 준칙 제정이 갖는 의미

2014.04.22 14:32:34

세월호 비극을 겪으며 언론의 신뢰 문재가 중대 기로에 섰다. 언론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무능을 연일 질타했다. 분노에 가까운 불신을 표현했다.

그러나 언론은 어땠나. 적절하고 완벽한 보도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켰나. 그러지 못했다. 정부만큼이나 미숙하고 부적절했다. 예외일 수 있는 신문과 방송이 별로 없다. 인터넷 매체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후진적 재난대응 방식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아주 크다. 동시에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국민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금 국민들은 모두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언론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속보보다 차분한 진실이 필요한 때다.

마침 한국기자협회가 엊그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10개 항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언론의 취재 행태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자성에 따른 것이다. 잘 한 일이다. 재난 보도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자세가 필요하다. 왜곡된 속보 경쟁이나 부정확하고 자극적인 내용 전달, 예의를 벗어난 취재 행태 등은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기자협회가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긴급히 내놓은 배경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가 여전히 후진적인 취재·보도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온 국민의 간절한 여망 속에 실종자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결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도 없다. 놓아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언론 역시 보도 자세를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할 때다.

보도의 선봉은 기자들이다. 기자들은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중대 참사를 신속히 전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애쓴다. 때론 과도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오보도 한다. 하지만 '정확성을 무시한 신속함'에 결코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

언론계 전체가 이번 참사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봐야 한다. 깊은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매체별 재난보도준칙의 마련은 물론 실효성 있는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으로 인한 2,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기자협회의 준칙 제정 카드는 적절하다.

기자협회는 곧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른 시일 안에 '재난 보도 준칙'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잘 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주기 바란다. 우리는 통일된 재난 보도 준칙 제정에 언론계 전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이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원시적 재난 보도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는 검증과 여과를 통한 신뢰의 창출이다. 통곡의 바다에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차분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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