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2014.04.24 16:09:17

이혁진

충북지방경찰청

최근 충격적이면서 놀라운 기사 하나를 접했다. 그 기사의 내용은 성폭력 피해자 중 경찰에 알린 사람이 100명 중 1명에 그친다는 것이었다. 여성가족부가 19~64세 남녀 3천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 중 1.1%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가부의 여성 긴급전화 1366이나 성폭력 지원시설, 성폭력 피해자 통합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 역시 0.2%로 극히 낮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것은 신고를 해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생각과 남이 알까봐 창피해서였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다른 피해에 비해서 훨씬 후유증도 오래 남고 트라우마가 생겨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그래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더 나아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된다.

우리는 이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는 배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피해자들이 신고를 해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실제 범죄피해의 회복과정에 대한 이해·홍보가 부족하고, 회복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유대감을 중요시 여기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드러내면 오히려 면박을 당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를 숨기게 되고, 혼자 참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우리가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본다면 우선, 성폭력 범죄 및 피해사실을 발견하면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활성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행동적 특징이나 신고의 필요성, 방법 등에 대해서 대국민적 홍보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고, 익명신고제, 신고 보상금 지급 등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실질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나이대는 아동·청소년기가 과반수 정도를 차지한다. 처음에 성희롱, 강제추행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정도의 성폭력을 당했을 때, 아동·청소년에게는 이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신고를 못하게 되고, 이는 가해자로 하여금 반복적인 시도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성폭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성범죄 피해가 발생할 시에는 초기부터 이것이 성폭력이라는 것을 바로 인지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찰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성폭력 수배자 검거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범자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진술시 전문가 참여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초기 긴급 상황에서의 위기개입을 위해 피해자심리전문요원도 현장에 배치해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각 부서별로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유형별 피해자 지원 연계작업도 하고 있다. 아직은 개선해야 될 점도 많지만 우리 경찰의 이런 노력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대부분 범죄발생 후에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 불과하기 때문에 예방적 측면에서 본다면 위에 언급했던 신고활성화와 성범죄에 대한 교육·홍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피해 예방과 지원, 재발방지를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