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안하다

2014.04.27 14:30:29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삭막했던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고 꽃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 사월이면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을 두기도 전에 아이들이 중간 평가시험을 보는 기간이 온다. 이때가 되면 평소보다 많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조용하던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오랜만에 활기가 넘친다.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넘치고 우당탕 장난을 치고 어지럽히고 끝없이 재잘거린다. 공부를 하러 왔지만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할 때 아이들의 모습은 역동적이다.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요즈음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표정은 어둡다. 해맑은 웃음은 사라졌고 끝없이 재잘대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낮선 풍경이다. 그들도 친구들의 죽음과 실종 앞에 마음의 상처가 큰가보다.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혼란스러울 것이며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불신도 클 것이다. 그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넘치는 에너지를 어른들이 빼앗은 것 같아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예쁘다 너희들 참 예쁘다" 하고 말했다.

그동안 요즈음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이기적이며 자유분방하여 감당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 아이들은 지금 그럴 나이이며 어른들의 삶의 행적대로 따라가는 시기이기에 그런 행동은 곧 어른들의 자화상인 것이다. 어른들은 그들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며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나 또한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본이 되지 못하고 그들만 탓했다. 정말 미안하고 미안한 일이다.

처음 배 사고를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별것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은 다행이라고만 생각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 배에 수학여행 중이던 우리조카의 딸이 타고 있었다는 말에는 하늘이 노래졌다.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구조자 명단에 올랐다. 가족들은 저마다 "천주님, 하나님, 부처님 감사 합니다" 하고 외쳤다. 그러나 병원에 있는 그 아이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며 자꾸 운다고 한다. 조카는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것이 가슴 아프고 내 아이만 살아 돌아온 것 같아서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며 슬퍼한다.

전 국민이 슬픔에 쌓였고 무기력해 졌으며 의욕이 상실되었다. 그러나 누구를 탓 하겠는가?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잘못이다. 대충대충 설렁설렁 이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고 생각한다. 안전 불감증이기도 하다. 안전점검 늘 해야 할 일이며 언제나 각인되어 있어야 할 수칙일 것이다. 나는 구내식당의 여사님들에게 그동안 소홀하게 했던 안전검점에 대한 교육을 시켰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사고는 일어나고 그 피해는 크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사고를 당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아야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를 했다. 여사님들도 모두 수긍하시고 앞으로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사고를 당하기전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나는 안전에 대한 스티커를 주방의 위험 요소마다 붙였다.

지금은 누구를 탓할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시시비비를 가리기전에 우선 아이들을 구조하고 사후에 대책을 논해야 할 것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우리 모두는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실종자 어머니의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그들의 아픔과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우리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려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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