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별들아, 꽃들아

2014.04.29 14:19:17

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사랑하는 별들아, 꽃들아. 뭐 하고 있니? 거긴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야. 기대와 설렘 속에 떠났던 여행이 아니었니? 그런데 왜 거기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니? 혹시 떠나기 전 새로 장만하고 싶었던 멋진 옷과 신발 때문에 엄마와 다투었던 일로 마음 아파하고 있는 건 아니니?

난 이번 여행에서 2학년이 되어 새로 만난 친구들과 속 깊은 우정을 나누고 싶었어.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친구도 있지만 뭐 그것도 심각하게 생각진 않아. 우린 쿨하니까. 한편으론 부끄러운 고백도 할 작정이었다구. 그동안 남몰래 간직했던 내 마음을 짝꿍에게 털어놓으며 응원해 주기를 고대하면서….

나는 담임선생님과의 불편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몰라. 하지만 꼭 용서를 빌고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을 다시 받고 싶었다구. 나의 잘못도 있었지만 선생님께서도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과 많은 시간을 나누려 했어. 오후의 햇살이 조금 남았을 무렵 선생님의 팔짱을 끼고, 바람 좀 쐬자고 해야지. 물론 카메라와 초콜릿도 챙길 거야. 혹시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며 거절하시면 어쩌지? 에잇, 거기까진 생각지 말자. 선생님께 포즈를 요구하고, '김치~!' 하면 숨을 들이마시고 긴장하실 테지? 그러면 그때, '~가 다 시어 버렸대요!' 하고 놀려 드려야지. 선생님께선 짐짓 화난 척하시며 활짝 웃어 주실 거야.

그래 난 이번 여행기간에 진학 문제를 고민해 보려 했어. 아직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내 꿈을 위해 대학원에도 진학할 거야! 원서(原書)를 독해할 실력을 키워야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 거고.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진정 내가 해야 할 일,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낼 거야. 그거야말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 아닌 남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값진 일이니까.

그런데…, 우리의 꿈은 이제 이렇게 여기서 접어야 하나요? 그만 이 춥고 어두운 바다에서 얼른 나가야 할 텐데. 여긴 너무 춥고 캄캄해. 무서워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누가 우리를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제발. 우린 이렇게 오래도록 집을 나가 속 썩여 드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빠 엄마, 보고 싶어요. 그동안 키워 주시느라 고마웠어요. 아직 효도도 하지 못했는데…, 죄송해요. 하지만 제 말씀 꼭 기억해 주세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친구들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웠어'

아름다운 별들아, 꽃들아. 너희들의 그 소중한 꿈과 삶을 이제 누가 책임질 수 있겠니? 그러나 왜 너희들이 그렇듯 홀연히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나야만 했는지, 다시는 이 땅 위에서 똑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살아 있어 숨쉬기조차 부끄러운 우리 모두의 뼈를 깎는 성찰이 따라야 할 것임을 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이고 희망이었던 너희들이, 힘찬 몸짓으로 가능성의 바다를 건너가고 있어야 할 너희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헤매고 있다니. 아,…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이냐!

삼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과 슬픔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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