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꽃이 피던 4월이 가면

2014.04.30 13:10:37

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지금 국민 모두가 우울하다. 아무도 막지 못하는 슬픔이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다. 누가 설명해도 이 우울하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달랠 수 없다. 우리 모두의 울분이다. 우리의 꿈이고 재산이며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하늘로 보내고 어른들이 어떻게 살라고….

살아나온 한 아이 아빠가 그 아이를 담요로 감싸 데리고 가면서 '고맙다. 고맙다. 아빠는 네가 너무 고맙다'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저 절절한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정말 살아온 그 아이가 고마웠다.

그런데 단원고 교감선생님이 스스로 이 세상과 작별했다는 비보가 전해져 또 한 번 우리의 가슴을 쓰라리게 했다. 참고 견디시어보시지…, 우리 아이들이 버틸 수 있게 힘이 되어 주시지….

교감 선생님 자신은 아이들을 두고 온 게 미안하고 미안하셨겠지만 살아온 게 너무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살아온 이유를 물으며 괴롭혔다. 살아온 아이들이 힘들어 할까 봐 그게 걱정이다.

"교감 선생님, 살아오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한마디라도 누군가 해주었다면 그런 희생은 없었을 것 같다. 어느 아버지처럼 살아주어서 고맙다 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는 그 교감 선생님이 미안한 마음을 더 크게 가지라고 거들었던 것이다.

너무 기가 막히게 큰 일이 벌어지니 나라가 뒤숭숭하다. 슬픔이 가득 찬 이때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들어 비난하는 일이 너무 많아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안타깝고 슬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자기들만 대단하게 슬퍼하고 그 가족들을 위하는 것처럼 떠들지만 그렇지 않다. 도리어 상처를 주고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남겨진 가족들이 슬픔 속에서 얼른 빠져나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음 써 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것이다. 슬픔과 비탄에 잠겨 있는 가족들은 넋을 놓고 있는데 곁에 있는 이들이 정신이 나갔다고 질책하고,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얌전하게 말 듣고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왜 안 걸어 나왔냐고 야단치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이 나라를 멋지게 만들어 갈 아이들인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제멋대로라고? 이런 잣대 함부로 들이대면 안 된다. 얼마나 규칙을 잘 지켰던 아이들인가? 아까운 인재들을 하늘로 보내고 우리 모두는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그렇다고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로 헐뜯지 말고 어깨를 다독여 주어 이 국민 우울시대 극복할 방법을 다함께 찾아야만 대한민국이 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참담한 달에 꽃은 왜 이리 곱게 피는지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었다. 더욱이 이상 기온으로 온갖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나 일 년 중 우리 주변이 가장 환하다. 그래서 더욱 눈물이 나고 이 아름다운 꽃 시절이 정말 원망스럽다. 눈물로 피는 꽃이다. 이 눈물로 꽃이 피던 4월이 가고 5월이 오면 상처 입은 많은 사람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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