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시작하며

2014.05.01 11:30:15

고통과 비탄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참으로 잔인하고 참담했던 4월이었다. 가혹한 시련으로 점철된 시간들이었다.

5월이 시작됐다. 생명력이 넘치는 화사한 계절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행복하고 감미로워야 할 계절이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 보인다.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다. 세월호의 충격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부패와 비리의 사슬이 낳은 관재(官災)였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였다. 대형사고는 그냥 맥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형사고 전에 반드시 가벼운 사고가 줄지어 일어난다. 여러 징후가 나타난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이다. 대수롭지 않은 사고나 징후들을 제대로 포착해 잘 대처하면 큰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우리는 그 교훈을 무시했다. 그 대가가 세월호 참사였다. 물론 후회지만 이 법칙을 일상 속에 생활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침몰을 부른 원인은 참 어이없다. 아마추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재난 구조 체계의 부실 요인은 정말 어처구니없다. 침몰을 막지 못했다면 초기 대응이라도 기민하게 해 희생을 최대한 줄였어야 했다. 민관 유착에 따른 부패와 비리의 복마전이 화를 키웠다. 나태와 보신주의가 판치는 풍토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대한민국이 과연 이런 나라였나'라는 생각이 든다. 선장 일행은 생사가 경각에 달린 승객들을 내팽개쳤다. 침몰하는 배에서 맨 먼저 빠져나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소행은 아직도 끝 모를 분노를 일으킨다. 어쩌면 거울에 비친 우리 자신일지도 몰라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이미 갈가리 찢긴 가슴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혁신에 나설 각오라고 한다. 재난 지휘부라고 할 수 있는 가칭 국가안전청도 새로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국가안전청이 또 하나의 옥상옥이 돼서는 안 된다. 외형을 번듯하게 꾸민다고 저절로 내실이 기해지는 것은 아니다. 질적 개조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승자독식주의나 물질만능주의의 폐해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이런 풍조를 극복하려면 국민 모두 동참해야 가능하다. 중차대한 과제를 정부에만 떠넘길 수는 없다. 우리가 모두 나눠 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언론이 나서야 한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로 부끄러운 속살을 많이도 드러냈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겸허한 자세로 언론의 참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관계 기관들과 언론에 뼈를 깎는 반성을 또 다시 촉구한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죄송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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