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으론 현장안전 담보 못한다

2014.05.01 15:49:21

정부가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재난에 대한 종합대책으로 새로운 정부조직을 꺼내들고 나섰다.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이번 참사 발생 배경과 구조작업의 혼선 등이 단순히 재난대응조직의 미비 때문일까.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국무회의석상에서도 거론됐듯이 관료조직과 민간업계 간 그물망처럼 형성된 비정상적인 공생 내지 유착 관계, 무사안일과 적당주의 등 사회적 적폐의 총합이 세월호 사고로 나타났다.

결국 기존 재난대응기구를 통합한 국가안전처는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제2, 제3의 세월호를 막을 최선의 정답은 아니다. 사후대응의 한계 때문이다. 비정상적이고 비틀린 사회구조를 뿌리째 바꿔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그나마 압축성장의 허상을 돌아보고 바로잡을 유일한 기회를 주고 있다. 물론 관행과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일이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안전문제의 해결책이 의외로 가까운 데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관료조직이 으레 꺼내드는 탁상공론식 중앙대책기구가 아니다. 수없이 존재하는 일상의 현장 하나하나에서 가장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예방책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한 현장 확인 주의다. 대충 문서화해놓고 먼지를 쓴 채 꽂혀있는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실제 현장 확인 절차로 되살려내면 된다. 규정대로 항목마다 일일이 현장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정착시키면 된다. 그래야 거악은 뒤로 숨고 조직의 말단이 포승에 묶인 채 고개를 숙이는 어이없는 책임배분의 전도현상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만 조직전체가, 구성원 하나하나가 효율적인 재난예방 의식과 행동절차를 숙지하고 아수라장의 사고현장에서도 일사불란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안전관련 조직은 철저하게 현장중심, 실행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현장에는 가보지도 않고 볼펜 끝으로 만든 그럴 듯한 보고서, 건성으로 체크한 리스트는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라는 각인이 사회에 깊이 새겨져야 한다. 지금처럼 현장과는 거리가 먼 책상물림들의 나태한 탁상행정으로는 무너지는 백화점, 강물로 떨어지는 다리, 뒤집혀 가라앉는 여객선을 눈앞에서 봐야하는 아수라장의 사고현장을 막을 수도, 수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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