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해줄 수 있는 사랑의 범위

2014.05.12 15:00:33

최현식

충북보과대 보건행정과 교수

가정의 달을 맞아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감사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와 선물이 오고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의 슬픔으로 마음이 풍요롭지는 않다. 때론 부모로서 스승으로서 가슴이 먹먹해오고 자기반성까지 해보게 된다. 20년 전 대학에 부임했을 때의 젊음과 열정이 그리움으로 남는 것은 교육현장에 계신 스승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허함일 것이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교육현장도 참 많이 변해가고 있다. 본디 대학은 학자가 현실과의 접촉을 피하고 학문에만 몰두 하는 곳이라는 유래에서 '상아탑'이라고 불리어졌었다. 하지만 이젠 대학에서도 인생에 대한 고뇌와 젊음시절의 추억은 가라져 가고 마치 취업을 위한 지렛대로 인식 되어져 가고 있다. 또한 대학들도 특성화를 모토로 치열한 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평가지수 올리기에 전면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물론 취업의 문이 좁아지다 보니 제자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모든 교육프로그램의 종착점에 취업이 있다면 대학(大學)이 주는 인생의 과정이 너무 메마름으로 기억될 것이며, 전공의 깊이가 삶의 깊이와는 다른 차원이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비단 대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도 인문계고교는 대학 입학률로, 전문계고에서는 취업률로 평가받고 있다. 설립목적에 부합되는 지표관리라 할 수 있지만 평자지표로 나타나는 정량적 수치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도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학입시 합격률, 취업률 등으로 귀결되어 가고 있다. 이에 지성과 인격의 성장, 자신의 가치 실현이란 대학 본연의 가치는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일부 부도덕한 교육자들의 언행이 언론에 오르내림으로 인해 학생들과의 상담조차 공개된 상황을 조성하고 언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 학기동안 고생한 학과 학생회 간부들을 격려하고자 교수들이 마련한 회식에서도 학회장인 여학생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조차 망설이게 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디까지 제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보듬어야 하는지 필자 스스로도 범위를 정할 수가 없다. 결국 괜한 오해와 편견, 공평성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제자 사랑의 범위는 점점 형식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좁아지는 틀 속에 귀속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교문 밖에 부모님이 계시다면. 교문을 들여서는 순간부터는 교수님들이 계신다'라고 말 하곤 했다. 교문 밖의 부모님들이 대학에 계신 부모들의 마음을 알 것이라 믿어 왔기 때문이다. 모든 교육자가 부모님의 마음으로 제자들을 대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많은 교육현장의 스승들은 스승임을 잊지 않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올해도 학생들은 스승의 날이라고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건 낼 것이다. 매년 고민하는 것이지만 선물에 대한 답변으로 "여러분 취업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해야 하는지, "여러분이 제자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라고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가깝게 지내온 교수님 댁의 거실 중앙에 놓여 있는 제자의 선물이 언제나 5월이면 떠오르곤 한다. 흰 티셔츠에 한사람, 한사람 교수님께 드리는 감사의 마음을 한자, 한자 직접 적어 액자로 만든 선물이었다.

필자도 스승이고 싶기에, 제자들이 직접 쓴 마음의 선물을 받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보는 것이 단지 희망사항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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