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는 대책의 마무리가 아니다

2014.05.12 15:46:46

세월호 참사 한 달이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곧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무한 책임을 지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사고 문제점에서 드러난 종합적 안전대책에 관한 구상을 담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는 담화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참사 후 수습과정에서 관료조직의 무능과 혼선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일부 공직자들은 유가족과 국민의 찢어지는 심정을 헤아리고 함께 아파하기는커녕 무신경한 언동으로 공분을 샀다. 따라서 국민 앞에 깊이 고개를 숙이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부를 책임진 입장에서 당연한 도리라 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대책부분이다. 대통령이 앞서 '관피아' 논란과 관련해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조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담화에는 국가안전처 및 정부조직 개편안에 관한 진전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관피아' 혁파를 위해 민관유착 부조리나 눈치 보기 등 관료조직의 무사안일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도 언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청와대나 정부 내 인적개편도 뒤따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그리고 예상 가능한 이 같은 내용으로 충분한 것일까. 담화를 피해갈 수 없는 수순으로 보면서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는 오는 15일이면 발생 한 달이 된다. 국민의 눈으로는 세월호는 지금 이 시간 뒤집힌 채 가라앉는 중이고, 학생들은 배안에 갇힌 채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만 해도 서울과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추모객들이 분향소를 찾고, 시위가 벌어졌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노란 리본과 추모 메시지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게 아직도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국민의 심정이다. 이렇게 보면 담화는 대통령은 물론 현 정부에도 결코 세월호 참사를 정리하는 마무리 수순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수습의 첫 단추이고, 결연한 개혁의지를 밝혀야 하는 출발선이다.

따라서 담화는 국가개조론 이상의 처방을 담아야한다. 그간의 사회적 적폐를 일소할 뿐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문제점, 구태의연한 국정운영 방식까지도 완전히 바꿔나가겠다는 청와대 스스로의 의식 변혁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국민과 관료조직을 단순한 통치의 대상과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고무, 유도와 감시 등을 통해 내재된 활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열린 지평으로 밀고나가야 한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을 떨쳐내는 수준을 넘어 후진성과 결별하겠다는 의지, 우리사회가 이번 참사를 거치면서 달라질 것이며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체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권 상층부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전면적 인적쇄신이든 구조혁신이든 필요하다면 그 어떤 수단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의 구시대적 국정운영시스템을 온존시킨 채 국가개조는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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