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에도 공짜 안전은 없다

2014.05.13 15:24:47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일제히 공약집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뽑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료·안전·교육·교통·주거 등에 대한 국민권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시내버스가 대표적 사례다. 충북도내 시내버스의 노후 정도는 아주 심각하다. 현재 도내 운행 중인 시내(농어촌)버스는 모두 740대다. 연식별로 분류한 결과 전체 버스의 27.8%인 192대가 9년 이상(2003~2006년식) 된 차량이다. 4대 중 1대 꼴이 폐차 대상 또는 폐차 직전의 '노후' 차량인 셈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차령(차량나이) 9년이 초과된 차량은 폐차 대상이다. 검사를 거쳐 6개월 단위로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금 도내에는 폐차 대상에 포함됐지만 연장을 통해 운행하고 있는 버스가 95대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안전도, 품위도, 일상의 자유도 치러야 할 가격이 있다고 판단한다. 편리성에도 안전성에도 비용이 수반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참사는 너무도 냉혹하게 우리에게 이런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가격과 비용이라는 시장의 원리가 최소한이나마 작동했더라면 막았을 사고였기 때문이다.

공공이라는 허명(虛名)으로 눈앞의 편익만 누리겠다는 자세가 계속되면 답이 없다. 앞으로도 꼭 그만큼의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를 하자며 보편적 증세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결국 기초연금까지, 정치권은 온갖 무상시리즈로 인기영합 경쟁에 몰두하며 대중정서를 자극해 왔다.

보편적 안전을 누리자면 보편적 증세를 하든지, 최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안전이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는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적절한 안전조직과 지속적 투자를 통한 장기적 접근이 동반돼야 한다.

이제 안전을 위해 다소의 불편함을 감내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많은 무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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