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조정에 폐과가 능사 아니다

2014.05.14 14:00:57

청주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대학의 주인이 '학생'이 아닌 '총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사회학과 폐과 결정은 아주 단적인 예다. 정치권에서조차 청주대 사회학과 폐과와 관련해 합리적 해결을 요구했을 정도다.

여야 충북도지사 후보들은 청주대 사회학과 폐과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대학의 많은 구성원은 물론 해당학과 구성원들의 동의절차나 이해 없이 전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에 기인한 바가 매우 크다고 이해했다. 대학 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까닭도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대학의 구조적인 환경변화에 의한 방향설정은 해당학과 학생들의 의견과 대학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합리적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야 구성원들 간 갈등을 접고 보다 발전적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 제2의 대학발전의 계기도 만들 수 있다.

취업률과 입학률이 저조하거나 '돈벌이'가 되지 않는 학과들을 없애고 기초학문을 위기로 몰아간다면 대학 본래의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구조조정이 어쩌면 대학의 존재 이유 그 자체를 사라지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청주대 사회학과 폐과 결정이 재학생과 동문, 교수들의 분노를 산 까닭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평가지표 역시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총장에게 찍힌 과'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각에선 사회적 수요가 변한 만큼 대학의 학문 단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폐과나 통폐합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폐과 위기에 놓인 대부분 학과의 경우 학교 경영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지원자가 적어 학과 존립의 정당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곧게 자란 나무는 목재로 쓰인다. 약효가 있는 나무는 약재로 쓰인다. 이렇듯 용처가 분명한 나무는 쉽게 베어진다. 하지만 옹이가 많고 뒤틀린 나무는 쓸모가 없어 오래 살아남게 된다. 궁극에는 큰 그늘을 만들어 지친 사람들을 쉬어 가게 한다. 장자(莊子)의 가르침이다.

청주대 사회학과가 경영상 쓸모없는 학과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쓸모가 없는 것의 쓸모' 즉 무용지용(無用之用)의 힘을 생각해야 한다. 청주대가 폐과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주장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잘 들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의 책임을 엉뚱하게 사회학과에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취업률이 낮다고 모든 과를 폐과할 수는 없다. 쓸모없는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학과로 인식해도 곤란하다. 사회학은 사회과학의 기초다. 그런 점에서 청주대의 사회학과 폐과는 자칫 청주대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학교 측의 합리적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