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 5월

2014.05.18 14:25:18

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5월은 확실히 행사의 달이다. 달력을 보니 무슨 날이 이리도 많은지.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1일 세계 금연의 날까지 무려 18개의 무슨 날이 즐비하다. 심지어 10일, 15일, 31일은 기념일이 겹치기도 한다. 개인적인 행사까지 계산하면 그야말로 5월 내내 다 기념일인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 무슨 날이 만들어진다고 볼 때 이러다가는 일 년 내내 기념일 있는 달력을 맞이할 지도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10일이 바다식목일이고 25일이 방재의 날이며, 31일이 바다의 날이다. 이런 기념일을 보며 세월호 참사가 악몽처럼 더욱 또렷하게 각인이 될 수밖에 없다. 참사가 빚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생활 속에서 지행합일의 실천적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기념일과 관련하여 내 기억으로는 정부에서 무슨 날로 정하면 정반대로 돌아가는 현상을 많이 봐 왔다. 예를 들면 '올해는 책의 해'하면 책과 더 멀어진다든가, '우리말 쓰기 운동'을 벌이면 바른 말 고운 말이 더 외면을 받고, 장애인의 날에 더 장애우를 배려하지 못하는 식으로 말이다. 역시 관 주도의 캠페인성 행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의식 개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내세운 국정지표 중의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고루한 냄새가 없진 않으나 어쨌든 문화융성위원회도 꾸리고, 문화의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도 만들고 뭔가 분위기를 타려고 애쓰는 모습이 가상키도 하다.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와 맞물려 문화산업의 육성 및 일자리창출의 주요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 것 같으니 일견 타당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마침 한류문화(중국에서 최근 한국의 아이돌가수에 빠져 아버지와 언쟁을 벌이다 아버지가 딸을 죽인 일이 있다)의 형성과 우수성도 시의에 맞게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으니, 정부에서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융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가.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문화는 축적되는 역사이다.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저급한 문화를 양산할 뿐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대부분 문화 선진국이다. 그렇다고 경제가 문화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문화는 우리 일상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가꾸어 나가려는 의식과 자세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문화융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문화예술이 활짝 꽃 피우고 이를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시스템 지원이다. 특히 문화예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잠재적 문화예술인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대학에서는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취업이 안 되는 예체능 학과부터 통폐합을 단행하고 있으니, 엄청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문화유산은 돈으로 환산이 안 된다. 콘텐츠의 창조는 잠재적 능력을 지닌 예비문화예술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인재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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