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원천

2014.05.25 17:09:36

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여름을 향하여 초록이 자꾸 짙어지는 산과들을 보면서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흐드러지게 핀 꽃들 앞에서도 눈물이 난다. 땅바닥에 코를 박고 바라보아야 보이는 작은 꽃들을 봐도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하루를 잘 살아낸 해가 산마루를 넘어가기 전에 붉게 토해내는 선혈을 바라보면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름다운 것을 봐도 눈물 나고 서운한소리를 들어도 눈물 난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 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고 자신 있던 나의 모습은 간곳이 없고 눈물바람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표장할 수 없는 시절이 내게 온 것 같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아 봐도 그때뿐이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이토록 시린 눈물의 원천이 어디인지 다시 점검하고 어디서 잘못됐는지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참으로 많다. 서러워서 울고 억울해도 운다. 미안해서 울고 서운해서도 운다. 그뿐 아니라 고마워서도 눈물 나고 답답해서도 눈물 난다. 감동을 받거나 다른 사람이 울어도 덩달아 울기도 한다. 우리는 울지 않는 사람을 지독한사람 또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날사람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은 들여다보면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우는 것이다. 더 아프게 더 서럽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일이다. 고모님과 큰 형님이 오셔서 방바닥을 두드리며 대성통곡을 하셨다. 그동안에 잘 해드리지 못한 미안함을 구구절절 늘어놓으시면서 울고 또 우셨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들도 그분들의 통곡 앞에 함께 눈물을 닦으셨다. 옆에 계시던 분들이 그만 이제 진정 하시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시니 언제 울었나 싶게 벌떡 일어나 육개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셨다. 그때 나는 그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았고 슬픔이 차오르면 한 구석에서 그저 눈물만 닦았다. 그런데 그것이 시골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상여가 나가기 전 마지막 제사를 지내는 자리에서 모두가 통곡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멀뚱하게 서서 친척 분들의 통곡 소리를 들으며 눈물만 흘리고 서있는데 옆집에 사시는 아주머니가 툭 치시며 작은 목소리로 말씀 하신다. "며느리가 안 울면 어떻게 해 어서 큰소리로 울어" 하고 말씀 하신다. 그러고 보니 "저 집 며느리는 울지도 않네! 요즈음 젊은 것들이란 참!" 하면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뒷머리가 뜨겁게 느껴지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중에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의 눈물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들은 진정성이 보인다며 마음이 울컥했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식적이며 계산된 눈물이라고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비난하고 헐뜯기 보다는 함께 슬픔을 나누고 정서적 공감을 한다면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눈물 흘릴 일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보기 좋지는 않다. 내가 꼭 그 꼴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눈물의 원천을 찾아 조절장치를 수리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답답할 뿐이다.

계절은 봄을 지나고 여름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다. 이제 나는 젖은 마음을 햇볕에 내어 말려 보송보송 해 지면 환하게 웃으면서 초록의 숲으로 걸어가야겠다. 남에게 나를 이해해 달라는 변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나를 사랑 한다면 눈물 날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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