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사치…여름이 더 바빠

피서지 근무부담 어느때보다 커 휴가는 꿈도 못꿔

2007.08.03 09:45:58

◑ 여름을 잊은 사람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더욱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피서지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서 119수난구조대, 성수기인 휴가철 여행업계, 유통업체 직원들
…. 이들의 여름나기를 엿봤다.

지난 1일 오전 9시14분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화양계곡에 위치한 119수난구조대에서 “삐익-, 삐익-” 귓전을 울리는 경보와 함께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로부터 다급한 지령이 떨어졌다.
“괴산 119 특수구조대 수난구조 출동! 수난구조 출동!,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 하천 수난사고 발생!”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119수난구조대에서 장비점검을 마치고 당일 순찰지역을 체크하던 김용대 소방교(37)와 대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수난사고 발생!”이라고 외치며 구조보트가 실려 있는 구조차로 내달렸다. 1~2분에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구조대원 2명, 민간수상구조대 2명 등 총 4명이 한 조가 돼 수난사고 조난자 구조에 동원됐다.
구조차에 탑승하는 순간 구조대원들은 순식간에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공기통을 점검했다. 이어서 7~8㎏짜리 납벨트를 허리에 찼다. 왼 발목 안쪽에는 잠수칼도 단단히 매 뒀다. 그물·밧줄 같은 물 속 쓰레기가 몸을 감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될 때 쓰기 위해서다. 물안경을 쓰고 공기통까지 등에 업으니 준비 완료. 김 소방교가 무전기에 귀를 바짝 들이대고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후평리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여, 수난사고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현장에는 이모(20)외 1명이 물놀이를 하던 중 떠내려가는 고무튜브를 쫓아가다 물살에 휩쓸려 바위틈에 끼여 고립된 사고였다. 구조 현장은 물살이 빨라 자칫 잘못하면 급류에 휩쓸릴 수 있어 구조가 어려운 곳이었다. 수난장비를 착용한 김 소방교와 동료 구조대원 2명이 고무보트를 이용 현장으로 다가갔고, 지친 수난자는 이들의 신속하고 침착한 구조로 안전하게 하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물놀이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 피서객 안전이 최우선

119수난구조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곡 등지에서 피서객의 수난사고 예방을 위해 도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떠나 들뜬 마음에 피서를 오고 있지만 주민들의 안전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119 수난구조대의 활동은 이때가 더 바빠진다.
피서지에 와 있지만 정작 휴가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하루 종일 임시 천막 아래서 입수 자들을 살피고 경고 호루라기를 불며 순찰을 돌다보면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고정근무 중에도 인원 부족으로 인해 괴산 인근 산악사고나, 수난사고 발생 시에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기에 부담은 1년 내 근무 중 어느 때 보다도 크다.
도내 수난사고 다발지역은 33개소.
도 소방본부에서는 여름철 물놀이 객의 안전을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119구조대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353명의 민간 수상구조대원을 선발, 수난사고 방지를 위한 순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할 땐 비지땀 흘려요”
얼음공장, 본격 무더위에 주문 폭주

“주문이 밀려 연장작업과 휴일특근 등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시원한 곳에 있으니 즐겁기도 하고 그렇지요. 그러나 바쁠 땐 비지땀도 흘려요.”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신성(32·가명)씨는 몇 년째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여름철엔 주문량이 3배이상 늘어 시간이 없어요. 휴가는 가을이나 겨울로 미루죠”
본격무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빙과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얼음공장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청원군 오창면에 위치한 한밭냉동.
냉동실에서 꽁꽁 얼린 135kg의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쉴 새 없이 뽑아져 나오고 얼음으로 가득 찬 영하 24도의 저장 창고 안은 보기만 해도 더위가 싹 가신다.
얼음 덩어리는 곧바로 각 얼음이나 필요한 크기로 재단돼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소로 향한다.
“큰 돈 들여 멀리 피서를 떠나는 사람도 많은데 얼음 속에서 피서를 보낸다고 생각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 않느냐”는 그는 “깨끗한 얼음으로 세상을 시원하게 하는데 일조를 하는 만큼 직원들도 큰 보람을 갖고 일한다”며 밝게 웃었다.

# 여행업계도 여름이 성수기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의 출발 일을 맞추기 위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어요.”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에 위치한 월드항공여행사 김은진(여·36)씨는 휴가철 여권 접수량이 늘어나면서 업무에 여념이 없다.
여권, 비자, 항공권예약 등 기초적인 작업은 물론 일반 패키지상담과 매해 패턴이 달라지는 신혼여행상담, 단체·박람회상담 등 각양각색 팀들의 성향을 파악해 일정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
매년 이맘때 쯤 ‘이제 시작이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지만 막상 일에 쫓기다보니 자신의 여름휴가는 생각지도 못한다.
김씨는 자신의 휴가는 미뤄 논 상태지만 “여행지에 관한 지식을 고객들에게 설명할 때, 고객들이 피서지를 상상하며 만족해 할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 박재남기자 progress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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